저자 | 전낙청 | 역자/편자 | 황재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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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5.22 | ||
ISBN | 9791159055232 | ||
쪽수 | 549 | ||
판형 | 신국판 반양장 | ||
가격 | 36,000원 |
전낙청(1876-1953)은 평안도 정주 출신의 1세대 재미 한인이다. 전낙청은 비록 유학생이나 한인회 지도자가 아닌 '평범한 이민자'로 농업 노동에 종사한 사람이지만, 총 8편의 소설과 6편의 논설을 남기며 조금은 특별한 삶을 보냈다. 이 선집에 실린 단편소설과 논설, 수필 속에는 전낙청의 미국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작품의 배경으로 보아 1930년대 중반정도에 쓴 글로 추정된다.
발간사 ❙ 차용구 3
옮긴이의 말-잊혀진 작가 전낙청의 작품집을 펴내며 6
1 _ 소설
오월화五月花 25
구제적 강도救濟的强盜 72
삼각연애묘三角戀愛墓 303
실모지묘失母之猫 399
2 _ 논설 및 수필
경제적 열애經濟的悅愛 475
미주美洲 동포同胞들에게 올리는 글 485
인생관人生觀 494
해설-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공존 ❙ 전우형 527
‘평범한 이민 노동자’, 전낙청
전낙청(1876∼1953)은 평안도 정주 출신의 1세대 재미 한인이다. 1904년에 하와이로 노동 이민을 떠나 카우아이에서 일했으며, 1907년에 아내와 함께 아들 오베드, 조카인 프랭크와 제이콥을 이끌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오렌지 농장 등에서 일했다. (…중략…) 고향 땅을 떠날 때 장차 귀국할 생각이 있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전낙청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삶을 마감했고 그 자녀들은 미국에서 성장하여 그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스스로 언급했듯이 ‘첫 세대 미주 한인’으로서의 평범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전낙청은 생전에 신문이나 잡지에 작품을 실은 적이 없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고는 딸인 엘렌 전(Ellen Thun)과 멜린다 로(Melinda Roh)에 의해 보관되다가 이후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로 옮겨졌다. 그러니 이 선집은 잊혀졌던 그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는 첫 통로일 것이다.
그럼에도 특별했던 그의 삶
전낙청은 미국 땅에 건너간 이후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그가 오렌지 농장, 철도, 호텔을 전전하며 노동자로 일하면서 쓴 글이다. 전낙청은 유학생이나 정치인 신분으로 이주를 한 것이 아니었고, 때문에 근대적인 교육이나 전문적인 문학 창작 수업을 받은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국과 미국에서의 생활을 담아낸 긴 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남긴 작품은 3편의 장편과 1편의 미완성본을 포함하여 총 8편의 소설과 6편의 논설이며, 그 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환산하면 10,000매를 훌쩍 넘어선다. 비록 ‘평범한 이민자’였지만, 전낙청은 가장 많은 분량의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그러니 그의 삶은 조금은 특별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선집에 실린 단편소설과 논설, 수필 속에는 전낙청의 미국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월화」와 「구제적 강도」에는 잭 전을 비롯한 전낙청의 자녀의 이름이 등장하며, LA 인근의 부촌인 패서디나(Pasadena) 중심가의 풍경이나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선과장의 모습이 배경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고국의 것과 이민지의 것
전낙청 소설의 성과 또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의 문장이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문장부호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독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이러한 표기에 익숙한 사람이라 해도 원본의 어휘를 접한다면 상당히 당황할 여지가 있다. ‘순검(巡檢)’이나 ‘던복(顚覆)’과 같은 한자어와 함께 ‘수투리카(streetcar)’, ‘문솨인(moonshine)’, ‘쾃 바들(quart bottle)’과 같은 영어 단어가 등장하며, ‘컨투롤(control)’이나 ‘빗튄(between)’처럼 명사가 아닌 단어가 발음에 따른 한글 표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작품의 표기 형식과 문장, 소재, 구성 등에서 전통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 떠나온 한국의 것과 도착한 미국의 것이 뒤섞인 문학․문화적 혼종성이 엿보이고 있음을 뜻한다. 한글과 영어, 그리고 한자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병존하는 어휘뿐만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과 희곡의 형식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문체도 그의 소설에서만 나타나는 뚜렷한 하나의 특징이다. 당시의 식민지 조선과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사이, 고전산문과 근대소설, 영화 사이의 혼종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들은 1930년대 문학의 탈경계적 보편성을 확인해주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 소설들의 뒤늦은 귀환은 근대 초기 모빌리티의 다양성을 복원하고 기록과 기억에서 배제되었던 이민자들의 역사와 문화를 대면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자
전낙청
평안도 정주에서 태어나 1904년에 하와이로 노동 이민을 떠났으며, 1907년에 캘리포니아로 이주하여 오렌지 농장 등에서 일하였다. 캘리포니아에서 이민자로 생활하면서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다수의 소설과 논설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8편의 소설과 6편의 논설이 간행되지 않은 채 필사본으로 남아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인 「홍경래전」, 「홍중래전」, 「부도」와 중단편인 「오월화」, 「구제적 강도」, 「삼각연애묘」, 「실모지묘」 등이 있다.
편역
황재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부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장지연·신채호·이광수의 문학사상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술로는 『안중근 평전』, 『만국사물기원역사』(역주), 『(가람)일기 1』(번역), 「두문동(杜門洞) 72현 일화 연구」, 「A Re-assessment of the Characteristics of Chang Hon’s Instructional Text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