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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 2012 제6호
발굴의 지속과 분야의 확장
저자 근대서지학회 역자/편자
발행일 2012.12.30
ISBN 9772093472002
쪽수 878
판형 신국판 무선제본
가격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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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서지」 제6호. 새로운 작품 발굴로 우리 문학 연구의 저변을 넓혀왔던 「근대서지」가 이번에는 이상화의 작품과 이광수의 소설을 새로 발굴해냈다. 새로 발굴된 이상화의 작품은 시 두 편과 수필 한 편이다. 이광수 소설의 발굴은 이광수 문학을 재검토하는 노정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간사 | <근대서지> 6호를 내며 | 오영식

화보


特輯 제2회 학술대회 “1920년대 출판문화 2”

일제 강점기의 출판환경과 법적 규제-1920~1930년대 조선총독부의 출판통계를 중심으로 | 정진석

조선도서주식회사의 설립과 역할에 대한 고찰 | 방효순

1927~1928년 조선인의 출판활동과 신문 | 장 신

이해조와 신소설의 판권 | 박진영

근대서지학회 학술대회 관문참여기(觀問參與記) | 전경수


文苑

하늘을 담은 책 | 박몽구

석기시대 외 1편 | 박태일

가을 여행 | 이도윤

박태원 원작,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보고서 | 박재영

<일 포스티노>와 파블로 네루다와 문학 | 임규찬

으악새 우는 사연 | 정선태


人物과 資料

석남 송석하의 업적과 이중어 글쓰기의 실상 | 김광식

북한문학사에서 시인 박석정의 문학적 복권과 재평가 | 이순욱

|자료| 삶도 문학도 그 품속에서

박태원의 생애를 담고 있는 <운명의 선택> 소개 | 미즈노 나오키

사라짐의 힘으로 가 닿은 시적 형이상성-탄생 100년 맞는 김현승 | 유성호

수화 김환기 글 모음-탄신 백주년을 기념하여 | 오영식


發掘 紹介와 解題

한남서림 간행 신작 구소설 <창송녹죽(蒼松綠竹)> 작품 해제 | 이민희

|자료| <창송녹죽> 원문

<女의 鬼 康明花實記 下>(1925) 부록 <妓生의 小傳> 연구 | 신현규

시와 생활의 일치-새로 찾은 이상화의 시와 수필 | 염 철

|자료| 발굴 시/발굴 수필

진보적 여성 잡지를 향한 지향과 좌절-1930년대 여성 잡지 <여인> | 서재길

|자료| <여인> 목차

1943년, ‘조선연극’을 향한 여러 시선들 | 문경연

이광수의 친일문학을 다시 생각한다-<방송지우> 및 <일본부인>(조선판) 소재 조선어 단편을 중심으로 | 최주한

|자료| 棉花 / 歸去來 / 두 사람 / 防空壕 / 區長님 / 反轉 / 學兵의 어머니께 / 명랑한 세상

한글로 된 최초의 야구규칙과 경기용어집 <野球規則> | 홍윤표

미군정기 대중문화잡지 <新星> 해제 | 유승진


근대서지총서 서평

한 개인이 살린, 5,288개 해방의 목소리 근대서지 총서 1, <해방기 간행도서 총목록 1945~1950> | 류진희

‘삐라’로 듣는 해방3년사, 그리고 들리지 않는 점령의 구조, <‘삐라’로 듣는 해방 직후의 목소리> | 정무용

틀을 돌파 하는 사람들, 그들의 예술과 책 이야기, <틀을 돌파하는 미술> | 조현신


硏究와 斷想

최초의 미용전문잡지 <위생과 화장>의 미용사적 가치 | 유의경

1930년 식민지 조선의 여성 실체-<女性時代> 창간호와 제2호 | 신혜수

이 시대 최고 시집 백석의 <사슴> | 신연수

‘文庫’ 餘談-最初(?)를 紹介하면서 | 오영식


連載

오윤(吳閏)의 출판미술 목판화-비애와 박진감을 아우르는 신명(神命)의 세계 | 김진하

옛날 노래책에 빠지다-해방 공간의 노래책, <독립창가집>의 해제 | 장유정


資料와 影印

박문서관과 노익형 관련 자료 모음

1. <新興朝鮮> 창간호

2. <삼천리> 7-8호

3. <매일신보> 1936.5.14

4. <조광>(4-11) 1938.12.1

5. <출판대감>

6. 이경훈, <속 책은 만인의 것>

7. 조성출, <한국인쇄출판백년>

8. 편찬위 <친일인명사전>

9. 오영식 <정현웅의 장정 이야기>

영인 <관서시인집>

해제 초기 북한 문단의 인적 구도와 시적 형상 <관서시인집> 해제 | 유성호


근대서지학회 투고규정

편집후기 / 표지 설명

문학사의 빈틈을 채워줄 ‘자료의 힘’

세월이 흘러가면 과거는 흐려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꺼내보지 않은 채 한 쪽에 치워둔 물건은 먼지가 쌓인 채 잊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이 당장 기억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지나간 사람조차 새롭게 만들 수 있듯이, 일견 무의미해보일 정도로 오래된 편린들도 찾아서 모아 놓으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록 서지학이 날로 쇠잔해가고, 근대서지학은 그 존재 여부조차 불분명하다고 해도 문학사 연구에서 서지학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민지배의 아픔을 다독일 새도 없이 일어난 전쟁과 분단, 억압과 혼돈의 역사 속에서 조각나고 흩어진 우리 문학사의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서지학일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근대서지학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끝에서 근대서지학회가 또 다시 값진 결실과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출간 전부터 이미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섯 번째 <근대서지>(소명출판)가 바로 그 열매이다. 그간 <근대서지>가 늘 그랬듯 이번 호 역시 소중한 자료들로 가득 채워졌다. 양이 방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채롭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자료의 힘’을 보여준다.


새로운 작품의 발견, 새롭게 조명되는 작가

내재적 관점에서 문학 연구는 전적으로 작품에 의존하게 된다. 때문에 하나의 작품이 새로 발견되는 것은 그 한 작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나의 작품, 하나의 매체 발굴이 담론의 확장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발굴 소개와 해제가 <근대서지>의 꽃이라 당당히 말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새로운 작품 발굴로 우리 문학 연구의 저변을 넓혀왔던 <근대서지>가 이번에는 이상화의 작품과 이광수의 소설을 새로 발굴해냈다.

새로 발굴된 이상화의 작품은 시 두 편과 수필 한 편이다. 그동안 발표된 이상화의 시는 60편을 넘지 못한다. 과작(寡作) 시인의 작품이 새로 빛을 보게 된 만큼 이 작품들은 <문예운동> 시절 이상화의 문학관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근대서지>는 단순한 작품 발굴을 넘어, 새롭게 발굴된 <설어운 調和>를 통해 이상화 시의 ‘하늘’과 ‘땅’의 의미를 꼼꼼히 분석해냈다. 또한 <머-ㄴ 企待>는 시와 삶을 일치시키려고 한 이상화의 노력을 엿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이상화의 문학관과 <문예운동> 참여 동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광수 소설의 발굴은 이광수 문학을 재검토하는 노정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수는 우리 문학사에서 한없이 미워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양가적 존재이다. 이광수는 계몽성을 담지한 <무정>으로 우리 근대문학사의 문을 활짝 열었고 수많은 청년들을 근대와 문학의 길로 인도했지만, 그가 내보인 새로운 길의 끝은 제국주의에 대한 굴복이었다. 그런 이광수가 ‘1943년’에 발표했던 ‘조선어 단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근대문학에서 194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암흑기이다. 조선이 전시하 총력동원 체제로 재편되면서 조선어는 말살되기 직전이었고 ‘국어’의 자리는 일본어가 차지하고 있었다. ‘조선어’로 쓰인 글 자체를 보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쓰인 이광수의 조선어 소설 다섯 편이 한꺼번에 발굴된 것이다. 물론 언어가 그 소설의 사상의 방향까지 담보하지는 못 한다. 제국의 언어로 쓰인 글 중에도 일제를 향한 저항정신을 담은 글이 있고, 조선어로 쓰였어도 그 내용은 노골적인 일제 찬양인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당시 조선에서 일본어 해독 능력을 가진 인구가 1할 5푼에 불과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어로 쓰인 소설은 결국 일본인을 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소설의 내포 독자가 일본 독자, 좁혀 말하자면 일본 당국인 것이고, 이광수가 쓴 일본어 소설은 결국 일본국민으로서의 자신을 입증하는 작업의 결과물이 된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이광수의 ‘조선어’ 소설은 일본어 소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편들은 <방송지우>와 <일본부인> 조선판에 실린 분명한 시국협력소설이다. 그러나 이광수의 소설을 발굴해낸 필자는 ‘말해야만 하는 것’과 ‘말하고 싶은 것’을 화두로 제시한다. 글이 쓰일 당시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독해는 오독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억압 속에서 쓰인 글은 설령 결과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행간, 혹은 숨겨진 것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이 때 새로운 자료의 발굴은 이광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물꼬가 될 수 있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근대서지>는 독자가 스스로 이광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의 원문을 함께 수록하였다.


자료의 발굴에서 담론의 확장까지

작품의 발굴은 물론이고, 매체의 발굴도 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본지에 많은 매체가 새롭게 소개되었지만, 특히 근대 신여성 담론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여성잡지 두 편이 주목된다.

그 첫 번째는 <여인>이다. <여인>은 1932년 창간된 여성잡지로, 지금껏 자료부족으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여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곱고 아름다운’ 잡지를 벗어나려 했다는 점이다. <여인>은 사회주의 계열의 종합 잡지인 <비판>의 자매지로 그 창간 목적부터 진보성을 담지한다. 봉건적 여성상을 혁파하고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여인>은 다른 여성지와는 달리 무게감 있는 원고를 많이 실었고, 때문에 검열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원고가 잘려나가는 일도 있었다. 게재된 기사의 상당수가 여성운동, 여성미에 대한 진보적 논의, 전근대적 여성관에 대한 비판, 모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 진보적 여성관을 다루고 있었다. 또한 ‘세계의 동향’이라는 기획 특집을 통해 당대 국제 정세를 다루고, KAPF 계열 작가들의 문학 작품 들도 실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게감은 결국 검열로 이어졌고, 원고 누락 때문에 <여인>은 짧은 기간 동안 발행 연기·정간·속간 등을 겪다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생명이 짧았을지언정 <여인>은 우리에게 근대 여성 담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결국 좌절되기는 했으나 기존의 여성잡지의 틀에서 벗어나 진보적 여성잡지를 표방하였다는 점에서 <여인>은 꾸준히 검토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매체이다.

1930년대의 또 다른 여성잡지인 <여성시대> 또한 당대 가부장제 남성이 만들어낸 신여성 담론에 포섭되지 않고 여성의 실제 삶 그 자체와 본질을 조명한다. ‘신여성’이라고 하면 근대 초기의 지나간 유물처럼 느껴지지만 그 잔재는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일례로 ‘여류 과학자’ ‘여류 문인’처럼 흔히 전문직 엘리트 여성을 지칭할 때 쓰이는 ‘여류’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남성에게는 이런 명칭이 따로 붙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여류’라는 단어는 전문직 여성들을 이례적인 존재, 비일상적인 존재로 취급하여 전문 영역을 남성들의 영역으로 구획한다. ‘여류’라는 단어는 신여성 담론과 함께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데, 전문직 여성이 아닌 단순 사무직·서비스직 종사자에게는 ‘직업부인’이라는 명칭 아래 개별 직업에 ‘-?’, ‘-母’ ‘-工’ ‘-手’등의 접미사를 붙여 ‘데파트?’ ‘여공’ ‘전화 교환수’ 등으로 지칭했다. 그러나 <여성시대>는 산파이자 투사인 정종명, 학생운동가였다가 데파트?이 된 송계월 등의 삶을 직접 소개함으로써 당대 공적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이 특정 직업을 기준으로 위계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섞인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준다. 더 나아가 <여성시대>의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강제에 대한 대결의지를 피력하며,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 신여성 담론에 맞서는 여성 실체를 확인시켜 준다.

여성잡지를 연구할 때 그 매체가 여성을 주체의 자리로 호출하였는지, 아니면 근대화 장치의 수단으로 소비하고자 하였는지를 분간할 필요가 있다. 허구의 신여성 담론을 구성하고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만드는 데 봉사했던 다수의 여성잡지들과 달리 <여인>과 <여성시대>는 신여성 담론을 비껴가는 비균질적 여성 실체를 보여주어, 고정되어 있던 신여성 담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또한 군소 여성잡지의 발굴과 연구는 신여성 담론은 물론이고 식민지 조선의 근대성 연구에 있어서도 새로운 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경계를 넘어

서지학이 문학연구에 있어 긴요한 분야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역할은 문학 연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근대서지>는 특히 문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의 영역 확장이 두드러진다. 1940년대의 ‘조선연극’을 새롭게 바라보는 <문화조선>, 한글로 된 최초의 야구규칙과 경기용어집인 <野球規則>, 대중문화지로서의 성격과 민족문화건설노선을 따르는 ‘문화 연맹’ 산하 매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녔던 미군정기 대중문화잡지 <新星>, 최초의 미용전문잡지 <위생과 화장>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분야 확장은 서지학의 의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또한 각 분야의 월경 효과를 통해 문학사는 물론이고 우리 문화사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의 <근대서지>는 자료의 발굴이 단순한 ‘발견’을 넘어 새로운 세계와의 접점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먼지 쌓인 채 숨어 있던 자료가 단순한 자료를 넘어 우리 문화사를 엮어나가는 씨실과 날실이 될 수 있게 해주는 <근대서지> 덕분에 우리 문화사의 품은 점점 넓고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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