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가 꿈꾸었던 이 시대의 ‘환대’를 재조명하다!
박완서 작가 서거 10주기를 추모하며 작가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이 시대 환대의 재조명!
누구를, 왜, 어떻게 환대할 것인가?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모습으로 출현하는 타자를 공동체 속에 자리매김하는 일은 우리가 직면하는 영원한 질문이다. 2021년 박완서 작가 10주기에 맞춰 출간된 <박완서, 타자의 환대>는 그간 조명되지 못했던 박완서 소설의 타자를 환대의 아젠다로 접근한다. 타자“의” 환대는 주체가 타자를 환대하는 방법이자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무화되는 ‘환대의 문턱’에서 타자가 주체의 환대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의적 의미를 띤다. 이 책은 환대의 논의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타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공동체의 범주를 성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대와 환대가 각축하는 일상 공간, 공동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현재적 일상을 투영하는 박완서 소설은 삶의 주체와 타자가 공존하는 현실 공동체를 집요하게 작품에 반영한다. 조르조 아감벤이 언명한 ‘호모 사케르’는 아이러니하게도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 패러다임을 잘 드러내는데 근대화를 거쳐 신자유주의의 경쟁 속에서 언제든, 누구나 경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우리의 호모 사케르적 정체성이 박완서 소설 안에 이미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70년~2010년에 이르는 박완서 소설을 통시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전쟁, 근대화, 신자유주의에 이르는 일상 속에서 변모하는 공동체는 국가, 도시, 가족의 범주로 분화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분유와 증언, 책임과 공감, 수행과 차이의 윤리 의식이 타자를 환대할 기반이 된다. 이데올로기, 계급, 젠더, 연령, 국가 정체성 등 다양한 타자의 조건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는 판타지가 환대의 척도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주체들의 공동체가 타자의 존재 기반 위에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완서가 꿈꾸는 우리 시대의 환대 방법
종결되지 않은 한국 전쟁으로 여전히 사회 타자로 남은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들과 전쟁 미체험 세대가 대중이 되는 현재, 박완서 소설을 통해 전쟁 기억의 분유와 증언 (불)가능성을 사유하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만 보던 분단의 현실을 내가 살아가는 현재의 일상 안에서 사유하게 한다. 박완서 소설은 “역사에서 결락되었던 사건의 기억을 공동체와 분유하고 환대를 통해 현재의 일상 안에서 사건에 대한 공동체의 인식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또한 중산층 붕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오늘날, 역으로 박완서 소설은 중산층 신화가 확산되는 1970, 80년대를 조명한다. ‘생존’의 암묵적인 시대 동의에 의해 속물적인 주체로 탄생한 도시 중산층의 성찰을 촉구하는 것은 외부 타자이다. 계급적 위계, 가난, 도시 개발에 의해 로컬화된 타자는 “타자적 정체성을 향한 인정투쟁을 벌이고 적대적인 공간의 특성을 가시화화며 주체의 현실을 교란”하는 전복성을 지닌다. 타자를 향한 “이해 불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환대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려는 주체의 책임과 자신의 내부 균열까지 직시하며 다른 타자와의 연대로 공감력을 확장”하는 선택의 윤리가 공동체를 공감의 환대로 이끈다.
박완서 작가의 말년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노년 소설에 관해 이 책은 차이의 환대로 응답한다. 사회의 타자로 구성되는 노년의 존재론과 타자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박완서의 노년 소설은 돌봄, 질병, 가족관계, 노년 인물의 심리적 갈등, 가부장제의 변모 등의 이슈를 다양하게 포괄한다. 노년을 향한 공동체의 고정된 상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박완서는 “완고함과 융통성, 현실의 부적응과 적응의 양가성”이 노년의 주체와 타자 모두에게 내재하고 있음을 재현한다. 이 책은 “그런 불화의 현실 자체가 노년에 대한 불평등 구조에 평등의 윤리로 개입할 수 있는 차이의 환대”임을 강조한다. “노년은 공동체의 상식을 반복 수행하고 그러한 규범을 교란하면서 감성화”하는 존재이다. “박완서 소설에서 차이의 환대는 공동체에서 타자로 빗겨나 있던 노년이 자신을 억압하는 힘들의 관계를 중지시키고 기존 담론의 우연성을 드러내며 노년에 대한 일상을 재분할하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가 된다.
서로의 경계를 넘는 환대
“박완서 소설에서 환대는 타자를 적대하는 현실에 관한 ‘시대 공감’과 그 현실에 의해 주체 역시 타자로 배제될 수 있는 ‘위기감’, 타자적 존재에 대한 ‘보편적 공존’의 필요성에 이르는 다각적인 인식의 변모 과정이다.”
저자는 공동체 내부에 타자의 위치를 고민하고 그들을 환대하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박완서 소설의 흔적을 추적한다. “박완서 소설에서 절대적 환대란 그것의 실행이 불가능할지라도 타자로부터 물음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체가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성찰의 준거”이며 “타자에 대한 환대는 단순히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이 아닌 ‘나’와 다른 보편성을 담지한 다양한 존재와의 교호 속에서 주체와 타자가 함께 변화해 가는 절대적인 예외상태의 체험”이다.
이 책은 박완서 소설이 재현한 당대의 일상을 독자의 현재 일상에 투사하며 공동체의 윤리에 물음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타자의 환대를 향한 시작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책머리에 5
제1장 환대 문학, 불가능성의 가능성 11
1. 환대의 발견과 타자의 문학 11
2. 경계 넘기와 공동체의 윤리 39
제2장 국가 공동체의 분유와 증언의 환대 71
1. 국민의 외존과 정체성의 분열 73
2. 전쟁의 폭력과 타자의 예외성 99
3. 기억의 환기와 사건의 윤리 136
제3장 도시 공동체의 책임과 공감의 환대 163
1. 중산층의 내존과 계층의 불안 165
2. 자본의 전시와 타자의 경계성 224
3. 복수 보편성의 공존과 선택의 윤리 284
제4장 가족 공동체의 수행과 차이의 환대 317
1. 여성의 내-외존과 생명의 돌봄 319
2. 노년의 소외와 타자의 역능성 369
3. 일상의 재분할과 평등의 윤리 410
제5장 박완서 소설과 타자의 환대 443
참고문헌 459
우현주 禹賢珠, Woo Hyun-Ju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범선 소설의 상징 연구 (석사학위), 「박완서 소설의 환대 양상 연구」(박사학위)의 두 논문을 집필했다. 주요 논저인 「박완서 전쟁 체험 소설의 차이와 반복」, 「소문의 타자와 정동의 윤리」, 「상생과 불협화음의 경계에 선 말년성(lateness)」 등을 통해 박완서 소설의 세계를 깊이 있고 다양하게 연구하는 과정에 있다. 그와 더불어 타자, 여성, 환대의 아젠다를 중심으로 확장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강단에서 대중문화 분석을 강의하면서 문학과 대중문화의 융합 학문적 발전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현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에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