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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머리말
『천로역정』부터 『롤리타』까지
저자 역자/편자 박진영 편
발행일 2022.2.15
ISBN 9791159056635
쪽수 1133
판형 152*223 양장
가격 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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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번역문학의 역사 집대성

1895년부터 1960년까지 우리말로 번역된 문학 작품의 서문과 후기를 총망라했다. 세계문학을 번역하고 수용하면서 한국문학을 이끌어 온 번역가, 작가, 편집자, 출판인, 지식인 등 다양한 문학 주체들의 생생한 육성과 근대적 지향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신문과 잡지에 발표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총 378편의 번역 작품을 직접 확인하여 역자 서문과 후기를 충실하게 복원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많은 번역 작품이 새롭게 발굴되고, 원작자에 가려져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 번역가의 활동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한국문학의 역사가 보편적인 시대정신과 상상력을 함께 호흡해 왔으며, 세계문학의 번역을 밑거름 삼아 성장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계몽기부터 식민지 시기, 해방기, 한국전쟁 직후에 이르기까지 시, 소설, 희곡, 아동문학, 대중문학, 동아시아 문학 전반에 걸쳐 방대한 규모로 이루어진 번역의 파노라마를 담고 있다. 선구적인 근대 문인과 지식인은 물론 해외로 떠돈 망명객, 외국인 선교사,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여성, 필명과 익명의 번역가들 모두 한국문학사의 당당한 주역으로 재조명되었다. 한국문학사가 번역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드러난다. 


역자 서문과 후기로 보는 문학사

오늘날에는 문학 작품을 번역하면서 서문을 붙이는 일이 낯설게 느껴진다. 묵직한 이론서나 사상서인 경우에도 의례적인 후기 정도로 그친다. 그런데 20세기 전반기의 번역가들은 대부분 머리말을 통해 원작자를 소개하고, 작품의 의의와 가치를 논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문학의 방향을 드러냈다. 상세한 해설과 해제를 따로 쓰거나 독특한 번역론을 펼치기도 했다. 번역가들이 세계문학의 안내자이자 비평가 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최전선에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은 번역을 통해 세계문학의 현재를 파악하고 한국문학의 미래를 고민한 서문, 후기, 발문, 해설, 해제를 모두 담았다. 원작자 소개, 작품 목록, 감사의 글도 최대한 충실하게 포함했다. 따라서 번역가의 시선이나 번역 방법뿐 아니라 당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우리 시대의 문학이 근대 번역을 매개로 형성되고 문학사적으로 발전해 온 대장정이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문학 번역의 이론과 실천

이 책은 주체적인 번역 이론과 실천의 현장 그 자체다. 역자 서문과 후기에는 세계문학을 어떻게 근대 한국어로 번역할 것인가를 둘러싼 번역가의 고민과 실험이 담겨 있다. 때로는 머리말을 통해 새로운 번역 이론을 제기하거나 도전적인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어의 가능성에 대해 사유하고, 문학적 근대성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가장 치열한 시공간이 바로 번역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 책은 총 1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세계문학의 시대를 연 계몽기와 식민지 시기 73편, 제2부는 해방기 27편, 제3부는 한국전쟁 전후 44편의 번역소설이다. 제4부는 망국의 설움을 노래한 시부터 흑인 시집에 이르는 25편, 제5부는 프랑스 상징주의와 고전 한시를 넘나들며 가장 정교한 번역론을 펼친 김억의 머리말 19편을 담았다. 번역이야말로 역사성과 시대정신을 투철하게 반영한 문학적 고투의 산물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제6부는 셰익스피어와 입센을 비롯한 희곡 25편, 제7부는 이솝 우화부터 어린 왕자와 빨간 머리 앤을 만날 때까지 아동문학 44편, 제8부는 대중문학을 꽃피운 추리소설과 모험소설 31편으로 짜였다. 제9부와 제10부에서는 중국문학 44편과 일본문학 24편을 통해 동아시아에 대한 동시대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또 제11부는 독특한 번역 계보를 형성한 천로역정과 아라비안나이트, 제12부는 잡지 특집호, 번역 전문지 창간사, 앤솔러지 머리말을 추렸다. 번역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이 싹튼 역사적 도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이 책은 실제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완전한 서지와 세부 사항을 밝힌 것이 장점이다. 번역가의 실명을 추적하고, 정확한 연재 일자와 출판 이력은 물론 삽화와 장정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정리하면서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또 원작자와 번역가 색인을 붙여서 길잡이로 삼았다. 동서양의 원작자 208명, 외국인을 포함한 번역가 222명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번역가와 번역문학 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귀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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