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나리타 지히로 | 역자/편자 | 임경화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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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2.25 | ||
ISBN | 9791159056734 | ||
쪽수 | 434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31,000원 |
한국과 타이완의 시점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반환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에 점령된 후 미군기지의 섬이 된 오키나와는 60년대 후반에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본격적인 외교 교섭이 진전되면서 1972년 5월에 27년 만에 일본으로 반환된다. 이 책은 동아시아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에 안보문제를 의지해야 했던 한국과 타이완이 미-일 간의 오키나와 반환 교섭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전면적으로 파헤친 연구서다.
흔히 오키나와 반환은 미국과 일본 간에 미해결 과제로 남겨졌던 영토문제를 외교적인 교섭을 통해 1972년에 반환됨으로써 오키나와의 일본 귀속을 확정지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러한 정치외교사 중심의 이해에 맞서,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의 지배에서 벗어나 평화헌법이 적용되는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을 담아 전개했던 ‘조국복귀운동’에 주목하여 오키나와의 반환에서 주민들의 주체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 반환의 실상은 주민들의 요구와 얼마나 거리가 있었는지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사회운동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지의 섬으로서의 현상유지가 확정된 오키나와 반환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열망이 좌절되고 부족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위의 두 관점에 더해 동아시아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에 안보문제를 맡겨야 했던 한국과 타이완이 오키나와의 귀속과 반환 문제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함께 고려하며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후 미군의 점령 하에 놓인 오키나와는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 주도로 구축된 동아시아 냉전질서 속에서 ‘반공의 방파제’ 미군의 ‘아시아의 교두보’로 자리잡아 갔고, 미국의 배타적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으로 확정된다. 이로써 미국은 평화헌법을 내세우며 지정학적 긴장을 회피하고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일본을, 동아시아 최대의 미군기지를 떠안고 냉전체제의 긴장을 응축해서 짊어진 오키나와가 뒷받침하는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서 저자는 오키나와의 가중된 기지 부담과, 타이완 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의 대립, 한반도 남북의 분단에 의한 군사적 부담은, 미국을 맹주로 한 동아시아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연결되어 있고, 오키나와의 귀속문제로 인한 기지의 변용은 이 국가들에게는 안전보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최전선에 세워져 스스로의 안보문제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한국과 타이완이 오키나와가 일본에서 분리된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그 귀속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음을 명확히 밝혔다. 이 책은 전후부터 국공내전, 한국전쟁을 거쳐 일본이 미국에 오키나와 제공을 확정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50년대에 독자적인 동아시아 반공체제 구축을 모색했던 한국과 타이완의 오키나와 인식, 60년대 한일국교정상화와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일 관계, 60년대 말 미국의 베트남전쟁 출구전략 속에 한국에서의 미군 감축, 일본의 방위력 증강 구상, 미-중의 국교정상화에 따른 한국과 타이완의 동요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이루어지고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오키나와 반환 교섭이 본격화되자, 한국과 타이완은 오키나와의 반환으로 인해 미군기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반환 교섭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결국 오키나와 기지의 현상유지가 실현되는 데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오키나와 반환은 한국인들에게 무엇이었나
특히 미국의 냉전 전략의 최전선에 세워진 한국의 현대사가 전후 오키나와와 관련해서 배태한 모순 중에 가장 뼈아픈 것은, 일본제국으로부터의 탈식민이라는 과제를 미국이 짜 놓은 냉전구조의 틀 속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이 스스로의 안보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식민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오키나와 주민들의 열망을 왜곡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이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는 것을 ‘류큐의 식민지화’로 간주하고, 타이완과 손을 잡고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친미 반공 정권 수립을 지원하고자 했던 것은 그 전형적인 사례일 것이다. 한국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일본 복귀에의 열망이 무권리 상태의 폭압적인 미군 지배에서 벗어나 평화헌법의 보호 속에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식민지 해방의 의미를 띠고 있었던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한국정부가 한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더라도 미군기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관여했던 이면에는, 기지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희생을 돌아보지 않는 가해성이 엄연히 존재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이 가해성은, 오키나와 반환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대체지역으로 제주도 이전을 강력히 주장했던 한국정부에게 그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제주도 주민들의 희생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정권의 안보와 국익우선주의로 인해 초래된 오키나와 주민들에 대한 가해의 책임은,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오키나와의 기지 강화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냉전체제나 그 구조를 구축한 미국에만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식민지 경험을 한 한국의 주민들은 그들의 아픔을 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역사적인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상황의 안보 불안을 내세워 냉전체제의 강화를 획책하는 정권에 대해 반대운동조차도 일으키지 못한 것은 합리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왜 한국은 오키나와 주민들의 탈식민 투쟁에 연대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가해의 편에 섰을까라는 질문을 이 책에서 끌어내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총서 발간사_손준식
추천사_백영서
한국어판 서문_나리타 지히로
서장
제1절 연구의 목적
제2절 연구의 과제
제3절 연구사
제4절 본서의 구성
제1장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형성과 미군 통치하의 ‘류큐琉球’
제1절 오키나와의 귀속 문제 결정 과정
1. 오키나와의 귀속 문제와 중화민국정부
2. 고양되는 일본복귀론
3. ‘잠재주권 방식’의 결정
4. 한국전쟁과 오키나와 기지의 강화
5. 아마미군도 반환과 중화민국정부의 변화
제2절 아시아민족반공연맹(APACL) 결성과 류큐 대표 참가 문제
1. 아마미 반환 전후의 오키나와
2. APACL 결성과 류큐 대표의 참가
3. ‘류큐 대표’를 둘러싼 미국·일본·오키나와의 반응
4. APACL과 일본 대표 참가 문제
제3절 섬 전체 투쟁과 한국·중화민국정부의 대응
1. 섬 전체 투쟁의 발발
2. 중화민국정부의 관여 강화
3. 한국정부의 위기감
4. APACL의 확대와 한국·중화민국의 제휴
제2장 한일관계의 변용과 베트남 전쟁의 본격화
제1절 1960년대 초의 전환
1. 이승만 정권 붕괴와 APACL의 변용
2. 일본복귀운동의 재흥
3. 박정희 정권의 성립과 안보투쟁의 여파
4. 한국군 베트남 파병 제기
5. 주한미군과 한국군 삭감 계획의 현재화
제2절 전면화하는 베트남
1. 지체되는 한일회담과 비전투부대 파병
2. 우선순위의 전환
3. 한일회담 재개
4. 한미의 베트남 개입 확대
제3절 한일회담 타결과 베트남 파병 개시
1. 한일회담의 진전과 베트남 문제
2. 파병을 둘러싼 흥정
3. 미국의 독도 문제 개입
4. 우선시된 파병
제3장 오키나와 반환 문제의 초점화
제1절 동아시아 정세의 변화
1. 지역 협력 체제 형성을 위한 노력
2. 오키나와 반환의 구체화
3. 국부의 오키나와 정책 변화
4. ‘반환 시기’의 합의
제2절 격동의 시작
1. 한반도 정세의 악화
2. 안보 위기와 B52 오키나와 배치
3. B52 배치의 충격
제3절 안보위기의 여파와 3대 선거
1. 주석 공선 선거 실시 결정과 B52 문제
2. 가데나 촌의 고뇌
3. 혁신 정권의 성립
4. 각 정부의 위기인식 확대
제4절 2·4 총파업과 그 파문
1. B52 추락 폭발사고
2. 총파업 기운의 고조
3. 2·4 총파업과 회피 공작
4. 총파업 회피의 파문
제4장 오키나와 ‘반환’ 결정
제1절 오키나와 반환 교섭의 개시
1. 한국과 중화민국의 위기감
2. 미국정부에 의한 억제
3, ‘핵 제거, 본토 수준’의 의미
4. ‘즉시 무조건 전면 반환’ 주장
제2절 일미 교섭의 진전과 주변 지역의 불안
1. 다국 간 협의의 장과 한미 간 교섭
2. 일미 교섭의 개시
3. 괌 독트린의 발표
4. ‘한국·타이완 조항’의 결정
제3절 오키나와 반환 교섭의 귀결
1. 미국 특사의 타이완 방문
2 한국과 중화민국에 대한 배려
3. ‘반환’에 대해 확산되는 의심
4. 사토-닉슨 공동성명 발표
제5장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변용과 오키나와 반환의 실현
제1절 오키나와 반환 결정과 북중 양국의 반응
1. 미국의 대일정책 재검토
2. 일본에서 자주방위론의 대두
3. 오키나와 반환 합의에 대한 북중 양국의 반응
제2절 주한미군 감축과 자주방위 구상
1. 주한미군 감축 계획과 한미 관계 악화
2. 자주방위를 둘러싼 일미 협의와 주한미군 감축 계획의 영향
3. 나카소네 방미의 파문
4. 자위대 배치 발표와 오키나와의 반응
5. 주한미군 감축 문제의 귀결
제3절 미중 접근과 ‘오키나와 국회’
1. 오키나와 반환 협정 조인을 둘러싼 상황
2. 자위대 배치 반대운동의 고양
3. 미중 접근과 대일정책의 재검토
4. ‘오키나와 국회’와 오키나와 현지의 반응
제4절 오키나와 ‘반환’의 실현
1. 미중 접근과 한국정부 및 국부의 동요
2. ‘현상 유지’의 합의
3. 오키나와 반환의 귀결
종장 오키나와 반환이란 무엇이었나
후기
참고문헌
사진 출처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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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 책은 한국과 오키나와가 연결되어 온 긴 역사 가운데 2차대전 종전 후부터 1972년 오키나와 반환까지, 곧 냉전기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양자 관계의 (덜 알려진) 역동적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이다. 저자는 해당 기간 동아시아 질서의 변동 속에서 일본・미국・오키나와 사이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 및 중화민국 정부의 관여에 주목하면서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반환되는 곡절 많은 과정을 촘촘히 분석한 역작을 출간했다.
오키나와를 중심에 놓고 관련 국가들이 연동하는 냉전기 동아시아 지역사의 개설서라 말해도 손색없는 이 책은 지구지역사(glocal history)의 본보기라 할만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가 동아시아에서 작동하는 양상에 겹쳐 이 지역의 여러 정부와 오키나와 주민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의미에서이다.
오키나와가 태평양 차원에서 냉전질서를 단단히 결합하는 ‘쐐기’ 역할을 해오며 동아시아의 악순환에 일조했지만, 쐐기는 큰 돌 같은 것을 쪼개는 데도 쓰이는 법이니 동아시아 평화로 이끄는 선순환의 촉매도 될 수 있다. 양자의 역할을 가르는 관건은 오키나와 문제를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로 치부하기 십상”인 일상에서 벗어나 성찰의 길을 걷는 주체가 형성되는가이다. 이것이 저자의 (드러내 말하지 않은) 핵심 메시지일 터이다.
여기서 핵심현장이란 개념은 한반도와 구조적 동일성을 가진 대만과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방관자적 이해를 초월하게 만드는 강점이 있다고 간파한 한 중국 지식인의 견해를 공유하고 싶다. 저자는 「한국어판서문」에서 “향후 냉전기 오키나와와 한반도, 타이완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으로 생각할 때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힌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핵심현장 개념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 성과를 만난 ‘지식의 기쁨’을 누렸다. 더 나아가 한국 독자가 오키나와인의 삶에 한국이, 설사 조역일지라도 깊이 연루된 것을 깨닫고 그들의 (고통을 포함한) 총체적 삶을 온전히 이해하면서 오키나와를 ‘우리 문제’로 끌어안는 자기성찰의 계기를 얻게 되리라 믿는다.
-백영서(연세대 명예교수)
지은이
나리타 지히로 成田千尋, Narita Chihiro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기누가사(衣笠) 총합연구기구 전문연구원. 「전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동과 오키나와 반환 문제(戦後東アジア国際秩序の変動と沖縄返還問題)」로 2018년에 교토대학대학원 문학연구과 현대사학 전공 박사학위 취득. 오키나와 현대사, 동아시아 국제관계사 전공. 논문에 「沖縄返還交渉と朝鮮半島情勢-B52沖縄配備に着目して」(『史林』 97(3), 2014), 「米国のベトナム戦争介入と日韓国交正常化-韓国軍ベトナム派兵に着目して」(『史林』 99(2), 2016), 「오키나와 귀속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중화민국정부의 동향-1940~50년대를 중심으로」(『인문논총』 76(2), 2019), 공저에 『歴史認識から見た戦後日韓関係-「1965年体制」の歴史学·政治学的考察』(社会評論社, 2019), 『植民地主義, 冷戦から考える日韓関係』(同志社大学コリア研究センター, 2021) 등이 있다.
옮긴이
임경화 林慶花, Lim Kyounghwa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 HK교수. 도쿄대학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일본문화연구 전공 박사학위 취득. 일본 마이너리티 연구, 코리안 디아스포라 연구 전공. 역서로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푸른역사, 2019), 『나의 1960년대-도쿄대 전공투 운동의 나날과 근대 일본 과학기술사의 민낯』(돌베개, 2017),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푸른역사, 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