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저자 | 오태영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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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3.31 | ||
ISBN | 9791159056765 | ||
쪽수 | 510 | ||
판형 | 152*223 양장 | ||
가격 | 40,000원 |
체제 변동과 공간 재편
이 책은 제국-식민지 체제에서 냉전-분단 체제에 이르기까지 체제 변동 과정 속에서 한국의 공간 질서가 재편된 양상에 주목했다. 1910년 한일병합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한 근대 한국은 1930년대 이후 제국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지리적·문화적 팽창 과정 속에서 외지 식민지 지방으로서의 위상을 보다 강제 받았고, 이후 식민지 말 전시총동원 체제기 병참기지로서 재정위되면서 전쟁 수행을 위한 동원의 논리와 문법에 포섭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제국 일본의 패전과 식민지 조선의 해방은 이와 같은 제국-식민지 체제의 붕괴를 낳았다. 이후 탈식민화의 기치와 민족국가 건설의 움직임 속에서 해방 조선은 새로운 공간 질서를 구축해갔지만, 미소군의 남북한 분할 점령과 통치, 1948년 단독정부의 수립을 통해 38선을 경계선으로 하는 적대적 이념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 냉전 질서 하 남북한의 분단 체제의 고착화로 이어졌고, 한반도를 양분하는 공간 질서의 강고화를 낳았다. 물론 체제의 실정성을 강화하는 공간 질서의 재편 과정 속에서도 그러한 체제에 포섭/배제되는 개인들의 실천을 통해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회적 공간들이 생산되고 경합하기도 하였다. 이 책의 논의를 통해 근대 이후 체제 변동에 따른 공간 재편, 그리고 그것들이 인간 삶의 조건들로 작동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하는 주체의 수행성
인간은 끊임없이 이동의 과정 중에 있다. 이동은 자아를 넘어 세계를 인식하고, 감각하며, 세계 속의 존재로서 나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편이다. 문명개화의 사명을 가지고 서양으로 향했던 조선의 청년들, 제국 일본의 전쟁 수행을 위해 동원되었던 식민지 조선인들, 해방의 감격 속에서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돌아왔던 조선인들, 좌우익의 이념공간의 대립 속에서 정치적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했던 해방 청년들, 한국전쟁의 시공 속에서 생존을 위해 월남하거나 피난길에 올랐던 이름 없는 자들, 전후 폐허의 절망과 재건의 움직임 속에서 처절한 삶의 흔적을 남긴 자들, 그들은 모두 체제 변동과 공간 질서의 재편 과정 속에서 살기 위해 이동했다. 그때 체제의 실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간 질서의 재편은 이와 같은 개인들의 이동의 조건과 문법, 형식들을 창출하였다. 그리하여 개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관통한 공간 질서 속에서 삶의 조건들을 마련하고, 자기 내면의 욕망을 발견하였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근현대소설에 나타난 이동하는 주체의 수행적 과정을 통해 그러한 움직임이 단지 체제의 질서와 문법을 체화하거나 공간 질서가 마련한 이동성으로만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들은 체제 변동에 따른 공간 재편 과정 속에서 그러한 공간 질서의 논리와 문법을 넘어서는 이동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논의를 통해 이동하는 주체의 수행성이 갖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체제-공간-이동의 서사적 상상력
문학은 체제의 실정성이나 공간 질서를 반영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문학은 체제의 질서와 문법이 마련한 인간 삶의 조건들이나 재편된 공간 질서가 구획한 경계들이 갖는 상징질서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서사 형식으로서 소설은 서사성 구축 과정에서 체제의 실정성이나 공간 권력을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체제와 공간 질서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틈을 제시한다. 자기를 재정립하기 위해 부단히 이동하는 주체의 분열과 불안의 흔적들을 산포시키는 한편, 이동 과정의 비가시화·축약·과잉 등을 통해 통제와 금기, 억압과 배제의 경계 긋기에 대해 소설은 서사적으로 응수한다. 그것은 정책과 제도, 관습이 정당화하는 이동의 조건과 문법, 형식들을 비판적으로 재인식하게 하고, 나아가 새로운 이동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근현대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서사적 상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설들을 통해 근대 이후 체제 변동과 공간 재편 과정 속에서 이동했던 개인들이 어떻게 자신들을 둘러싼 경계 너머를 꿈꾸고 욕망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 3
제1부 제국-식민지 체제의 공간 통합과 이동
제1장 식민지 조선인 청년의 이동과 시선
이광수의 『무정』과 염상섭의 『만세전』을 중심으로 19
1. 이동과 시선 19
2. 이동의 회로와 자기 구축의 (불)가능성 24
3. 시선의 투사와 자기 환원의 (몰)윤리성 38
4. 식민지 나르시시스트의 비애 51
제2장 식민지 조선 청년의 귀향과 전망
이광수의 『흙』을 중심으로 55
1. 식민지 지식인 청년의 귀향 55
2. 욕망 통제의 공간으로서 농촌 60
3. 새로운 공동체의 모색과 좌절 69
4. 계몽적 주체의 욕망의 회로 76
제3장 식민지 말 전시총동원 체제와 조선문학
이광수의 문학과 논설을 중심으로 83
1. 민족문학으로서의 근대문학이라는 관점 83
2. 전시총동원 체제와 식민지 문학/자의 동원 92
3. 내선일체의 이념과 서사적 과잉 전략 102
4. 식민지인의 제국 군인으로서 죽을 권리 114
5. 식민지 문학이라는 관점의 가능성 125
제2부 탈식민-냉전 체제의 공간 분할과 이동
제4장 패전과 해방, 미귀환자의 반反이동의 정치성
재조일본인과 재만조선인 미귀환자의 문학적 표상을 중심으로 133
1. 패전과 해방, 체제 변동과 귀환 133
2. 재조일본인 미귀환자의 벌거벗은 몸 141
3. 재만조선인 미귀환자의 훼손된 민족성 151
4. 미귀환자의 반이동의 정치성 161
제5장 해방과 청년 이동의 (비)가시화
이념 공간의 재편과 젠더적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166
1. 해방이라는 사건과 이동하는 청년 166
2. 이념 공간의 창출과 정치적 주체화의 길 172
3. 젠더적 위계질서와 통제된 여성의 이동 187
4. 분단 체제의 발생과 청년 이동의 봉쇄 198
제6장 38선 월경의 (비)가시화와 서사적 정당성
분단 체제 성립 전후 38선 월경 서사를 중심으로 202
1. 38선 획정과 냉전-분단 체제 202
2. 38선 철폐 운동과 독립의 좌절 209
3. 민족 수난사에 포섭되는 38선 월경 218
4. 38선 월경의 (비)가시화와 이동의 (불)가능성 226
5. 귀환과 피난, 그 사이의 월경 235
제7장 해방 공간의 재편과 접경/연대의 상상력
이광수의 『서울』을 중심으로 238
1. 해방 전/후의 공간 재편과 이동의 수행성 238
2. 남한사회의 미국화와 문화 접경지대의 창출 247
3. 동아시아 연대 공간의 모색과 환대의 감각 257
4. 민족성 회복의 욕망과 중첩되는 공간들 268
제3부 냉전-분단 체제의 공간 중첩과 이동
제8장 냉전-분단 체제와 월남서사의 이동 문법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와 임옥인의 『월남 전후』를 중심으로 277
1. 해방 이후 체제 변동과 이념 공간의 재편 277
2. 상실의 감각과 추방당하는 자의 문법 284
3. 남성 동성사회적 공간 재편과 토포포비아 295
4. 월남의 수행성과 반공서사의 이데올로기 304
제9장 한국전쟁기 남한사회의 공간 재편과 욕망의 동력학
염상섭의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310
1. 한국전쟁과 공간 재편 310
2. 인공치하 서울의 진공 상태와 욕망의 발견 317
3. 임시수도 부산의 재건 기획과 욕망의 굴절 327
4. 공간 재편과 욕망의 동력학 336
제10장 전후 여성의 이동과 (반)사회적 공간의 형성
정비석의 『자유부인』과 손소희의 『태양의 계곡』을 중심으로 340
1. 한국전쟁과 이동 340
2. 자유부인, 거리에서 가정으로의 강요된 귀가 348
3. 아프레 걸, 죽음에의 공포 속 거리의 배회 357
4. 전후 여성의 이동과 남성 동성사회적 욕망 367
제11장 전후 남성성 회복과 여성 욕망의 금기
최정희의 『끝없는 낭만』을 중심으로 373
1. 전후 사회구조의 재편과 젠더 질서 373
2. 가부장의 몰락과 남성성 회복의 욕망 379
3. 욕망하는 여성의 불안과 죄의식 390
4. 처벌된 여성(성)과 파탄난 남성(성) 402
제4부 월경과 연대의 기억, 그리고 경계의 증언
제12장 월경과 이산, ‘재일在日’의 존재 방식
이회성의 『백년 동안의 나그네』를 중심으로 409
1. 전후와 재일의 교차점『의 기원 414
3. 고백의 윤리와 파레시아의 말하기 423
4. ‘소수적인 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 문학 431
제13장 식민(지)의 기억과 전후 연대의 상상력
고바야시 마사루의 『쪽발이』를 중심으로 436
1. 패전/해방과 국민국가의 경계선 436
2. 소통의 부재와 신뢰의 불가능성 442
3. 봉인된 기억의 해제와 분유되는 기억 449
4. 자기 환멸의 윤리와 연대의 상상력 459
5. 구식민자로서의 기억 극복과 연대의 모색 466
제14장 외부자의 시선과 경계 위의 존재들
이민진의 『파친코』를 통해 본 재일조선인의 존재 방식 470
1. 역사 밖 수난의 기록, 재일 가족사 연대기 470
2. 일본인-되기의 비의, 자기 보존의 역설 475
3. 지속되는 이동, 배제의 트라우마적 상흔 484
4. 트랜스내셔널 디아스포라의 가능성 492
참고문헌 499
간행사 509
오태영(吳台榮, Oh Tae-Young)
전남 해남에서 나고 자라다 상경하여 청소년기를 보냈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同)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12년 「동아시아 지역주의와 조선 로컬리티」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대학 다르마칼리지 조교수를 거쳐 2022년 현재 경주캠퍼스 웹문예학과(국어국문학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에 『오이디푸스의 눈-식민지 조선문학과 동아시아의 지리적 상상』(소명출판, 2016), 『팰럼시스트 위의 흔적들-식민지 조선문학과 해방기 민족문학의 지층들』(소명출판, 2018), 『재일조선인 자기서사의 문화지리』 IㆍII(공저, 역락, 2018), 『접경 공간의 형성』(공저, 소명출판, 2019), 『마이너리티 아이콘』(공저, 역락, 2021)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내선결혼과 식민지 남성의 나르시시즘」(2021), 「동아시아 없는 동아시아 지역주의」(2021) 등이 있다. 체제 변동에 따른 공간 재편과 이동하는 주체의 수행적 과정에 대해 공부해 왔으며, 최근에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월경자(越境者) 표상이 갖는 대항 헤게모니적 실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