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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길 함부로 걷지 마라
산운집
저자 이양연 역자/편자 박동욱
발행일 2021.04.30
ISBN 9791159056031
쪽수 456
판형 신국판 양장
가격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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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시어, 뛰어난 발상과 감각, 산운 이양연의 시세계
산운(山雲) 이양연(李亮淵, 1771~1856)은 조선 후기에 활약했던 뛰어난 시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자는 진숙(晉叔)이며, 호는 임연재(臨淵齋)․산운(山雲)이다. 평생 변변찮은 벼슬에도 오르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그의 시는 200여 편에 불과하지만 조선의 어떤 시인보다 우수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주로 5언 절구와 5언 고시에 특장을 보인다. 전고(典故)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담백한 시어를 써서 뛰어난 발상과 감각으로 새로운 시세계를 구축했다. 전통적 한시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 조선적인 한시를 구현했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양연의 시는 기본적으로 삶의 통찰에서 나온 비애와 우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민요시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날카로운 필치로 그려낸 민중시 등이 유명하다. 또, 유람을 즐겨했는데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회고적이고 애상적인 기조로 그려냈다. 대중들에게는 서산 대사나 김구 선생의 시로 알려진 「野雪」의 작가로 유명하다. 이 시를 읽으면 자세한 설명 없이도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대표작인 이 시는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산운 이양연이 녹아있는 문집,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
이양연의 문집은 총 여섯 개의 이본(異本)이 남아 있다. 문집은 모두 목판본이 아닌 필사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글자의 출입이 있고 내용상 가감이 있으나, 수록 작품들은 대동소이하다. 이중에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은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후기(後記)에 산운 시에 대한 네 사람의 전체 작품평이 있으며, 작품에 각기 부기된 26則의 개별 작품평과 비점(批點)이 보인다는 점이다. 비점은 각기 다른 색으로 찍어 놓았다.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에 나오는 전체작품평과 개별작품평은 산운의 한시를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이다. 이번 책에서 작품에 해당하는 개별 작품평을 함께 소개하여 이해를 도왔다. 중복된 산운의 시를 제외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운의 시를 모두 모아보면 총 183제 211수이다. 이 책은 산운의 한시 모두를 빠짐없이 수집하고 번역한 뒤에, 작품마다 평설을 붙였다. 평설은 전공자와 일반인들 모두에게 그에 걸맞은 정보와 정감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책머리에 /
임연당집 자서 /
세상을 다 다니리라遊覽類
술잔을 들고 시를 읊다觴詠類
사람들과 헤어지며送別類
다른 사람에게 시를 보내다寄贈類
민요풍 한시遣興類
감흥을 읊다感興類
답답한 속을 풀다遣悶類
애도하다哀挽類
감회를 적다感懷類
사물을 읊다詠物類
『대동시선』에 수록된 시
『조야시선』에 수록된 시
『임연당별집』에 수록된 시
임연당별집 발문 /
해제 /
찾아보기 /

『임연백시』에 수록된 시

들판의 눈野雪

[1]
穿雪野中去   눈 밟고 들 가운데 걸어 갈 적엔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어지러이 걷지 말아라. 
今朝我行跡   오늘 아침 내가 간 발자국들이
遂爲後人程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2]
雪朝野中行  눈 온 아침 들 가운데 걸어가노니 
開路自我始  나로부터 길을 엶이 시작 되누나.
不敢少逶迤  잠시도 구불구불 걷지 않음은
恐誤後來子  뒷사람 헛갈릴까 염려해서네. 
[평설]
이 시는 사명대사나 김구 선생의 시로 알려져 있으나 와전된 것이다. 산운의 이 두 편의 시는 내용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 시는 내용적으로도 불승(佛僧)의 시라기보다, 유자(儒者)의 시로 보인다. 들판에 눈이 수북하게 내렸다. 아침 일찍 어딘가 가야하니 그 눈에 처음 발자국을 놓는 셈이다. 그것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里程標)가 된다. 내가 산 삶이 다음 살 사람에게 지침이나 본보기가 된다. 그렇다면 눈 속에 발자국이 금세 사라진다 해도 함부로 살 수 없는 법이다.
산운이 가는 길은 구름처럼 자취가 없다. 그러나 자취없음이 의미 없는 방기(放棄)나 태만(怠慢)을 뜻하지는 않는다. 눈에 찍힌 발자국도 한세상 지나면 사라질 구름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내 자취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산운의 발자국은 현실과의 끊임없는 대치 속에서 이루어진 궤적이다. 그것은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고독을 노래한다. 그것이 발자국이 된다. 산운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말해주지 않는 눈 쌓인 들판에 길을 내듯 낯선 삶과 조우를 한다.
적상산에서 산 아래 내리는 비를 보다赤裳山見山下雨 

山下雲雷深   산 아래 구름 우레 잠겨 있으니  
人間今日雨   세상에선 오늘은 비내리겠네. 
誰家喜田事   밭일 하는 집에선 기뻐할게고
誰家憂遠路   먼 길 가는 길손은 근심하겠네.
[임연당별집]
방편이 말하기를 “절품(絶品)이다[方便曰, “絶品”]”라고 하였다. 
[평설]
적상산(赤裳山)은 전북 무주군 적상면에 소재한 산으로 높이 1,038m이다. “이 산은 암벽이 붉고 가을에 단풍이 들면 온 산이 마치 여자가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하여 적상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산 위에서 저 산 아래의 풍경을 바라본다. 산 아래가 잔뜩 구름과 우레에 잠겨 있으니 오늘 빗줄기가 시원스레 쏟아질 것 같다. 다같은 비겠지만 농군에게는 반가운 손님일 것이고, 나그네에게는 귀찮은 불청객일 것이다. 산 위에서 보니 세상사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속절없고 부질없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천둥 벼락이 치거나 간에 저 산 위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그동안 너무나 자질구레한 일들에 얽매여 살아갔구나.
역자 박동욱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성실한 한문학자이자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아버지다. 일평 조남권 선생님께 삶과 한문을 배웠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양대 인문과학대 교수다.  2001년 《라쁠륨》 가을호에 현대시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가족』, 『아버지의 편지』(공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 표류기』, 『북막일기』(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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