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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요모타 이누히코, 오미네 사와 | 역자/편자 | 손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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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2.25 | ||
ISBN | 9791159055836 | ||
쪽수 | 306 | ||
판형 | 신국판 반양장 | ||
가격 | 21,000원 |
오키나와 영화사를 총망라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묘미라고 하겠다. 오키나와 영화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지금까지 자명하게 여겼던 일본 영화사에 균열을 내고 동아시아의 영화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오키나와 영화는 어떻게 이야기될까 요모타 이누히코 | 7
<8월 십오야의 찻집>론 신조 이쿠오 | 25미군의 오키나와 통치와 퀴어 정치학
<히메유리탑> 최성욱 | 55대립하는 두 가지 목소리의 틈새에서
떠돌이 개처럼 살다 가리 요모타 이누히코 | 77모리사키 아즈마와 오키나와인 디아스포라
보더 영화 관점에서 본 오키나와 영화 고시카와 요시아키 | 111다카미네 쓰요시 작품을 중심으로
오키나와 영화 표상의 안과 밖 오미네 사와 | 133
아체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요모타 이누히코 | 181
지정학적 상상력과 폭력의 심급 나카자토 이사오 | 203<바다제비 조의 기적>과 ‘남南’을 향한 전진
오키나와로부터 세계를 보다 | 231히가시 다쿠마 · 나카자토 이사오 · 오미네 사와 · 고시카와 요시아키 · 신조 이쿠오 · 다카미네 쓰요시 · 요모타 이누히코
저자 후기 / 279
오키나와 관련 영상 작품 목록 / 281
옮긴이의 말 / 301
필자 소개 / 305
과연 어떤 필름들을 ‘오키나와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오키나와 영화라는 것이 한국 영화라든가 중국 영화처럼 정의 가능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일까? 무엇을 기준으로 오키나와 영화라고 규정할 것인가? 그에 대해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예외가 너무 많아 오키나와 영화와 그렇지 않은 것의 구분과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바로 이 ‘오키나와 영화’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犬彦), 오미네 사와(大嶺沙和), 나카자토 이사오(仲里効), 신조 이쿠오(新城郁夫), 최성욱(崔盛旭), 고시카와 요시아키(越川芳明)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내/외부의 시선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복합적이고 혼종적인 ‘오키나와 영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의 영화사를 다시 묻다
이 책은 요모타 이누히코·오미네 사와 편저의 『오키나와 영화론(沖縄映画論)』(作品社, 2009)을 완역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간행되었지만 오키나와 영화를 한 자리에서 논의한 저술은 아마도 이 책 이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이마이 다다시(今井正),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후카사쿠 긴지(深作欣二) 등 일본 본토에서 잘 알려진 감독에서부터 오키나와 출신 다카미네 쓰요시(高嶺剛) 감독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 영화사를 총망라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묘미라고 하겠다. 또한, 부록으로 실은 오키나와 영화 관련 리스트는 오키나와 영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자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오키나와 영화사를 광의의 지리적 환경 안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오키나와 영화에 대해 사유함으로써 지금까지 자명하게 여겼던 일본 영화사에 균열을 내고 동아시아의 영화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책 속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엘리아 카잔 감독, 1951), <난폭자>(라즈로 베네딕 감독, 1954), <워터프론트>(엘리아 카잔 감독, 1954), 그리고 195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영화 등은 거칠고 난폭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미국의 남성성’을 과도하게 발산하는 것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제임스 딘을 비롯한 배우들은 그러한 위험한 매력의 포로가 되었다. 이를테면, “성형한 쌍꺼풀에 덧니, 가발을 쓰고 누런 도란(분장용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른” 전형적인 “황색 얼굴”로 분장한 남자가 미소를 띠며 목욕가운 같은 요상한 의상을 몸에 걸치고 카메라를 향해 “신사숙녀 여러분,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사키니, 직업은 통역사입니다”라며 기묘한 영어 어투로 말문을 연다. 미 점령하 1946년 오키나와를 무대로 한 영화 <8월 십오야의 찻집>(다이엘 만 감독, 1956)의 개막을 알리는 장면이다. 말론 브란도라는 희대의 섹시 스타가 자신의 남성성을 완전하게 소거한 모습으로 오키나와 원주민 남성을 연기했다. 이것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군사점령에 대한 패러디의 시작에 불과하다.
- 신조 이쿠오 「<8월 십오야의 찻집>론」 중에서
여기서 동지나해와 바시 해협을 넘어 섬들과 바닷길을 건너는 조의 도주 루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오키나와섬 남단 이토만에서 사바니를 타고 미야코섬을 경유해, 거기서 일거에 요나구니로 건너가, 요나구니에서 타이완 어선으로 갈아타고 국경을 넘는다. 그리하여 센가쿠제도 부근 본류에서 갈라져 남쪽으로 역류하는 흑조의 길을 타고 타이완 남부 란유로 건너간다. 거기서 야미족의 목조어선 시너드커랜으로 갈아타고 북회귀선을 넘어 어두운 밤을 뚫고 남하한 후, 루손섬 북서 해안에서 트럭을 타고 목적지인 마닐라까지 향한다. 그것은 식민지주의와 전쟁과 미 점령의 기억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의 길이기도 했다. 국경의 섬 요나구니는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부터 타이완과 홍콩과의 밀무역이 번성했으며, 국경을 넘어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활발하게 오갔다. 조가 국경을 넘어 처음 가로막혀 버린 타이완의 남쪽 란유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는 ‘홍터우위’라고 불렸고, 동청만은 일본군이 처음으로 상륙한 지점이기도 했다. 조의 도주 루트와 지역들은 옛 야에야마 섬 사람들이 압제를 피해 ‘섬 탈출’을 시도한 ‘파이’이며, 제국 일본의 남진 ‘파이’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전시에는 미야코와 야에야마에서 타이완으로 소개해 간 루트이며, 미 점령하에서는 타이완과 홍콩의 밀무역 루트이기도 했다. 이렇듯 ‘남’의 문맥은 꽤나 복잡하다.
- 나카자토 이사오 「지정학적 상상력과 폭력의 심급-<바다제비 조의 기적>과 ‘남(南)’을 향한 전진」 중에서
나카에 유지는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함이 없는 ‘인사이더’들이 사는 곳으로 오키나와를 묘사해 왔다. 그런 점에서 나카에의 작품 속에 표현되고 있는 월경은 그 경계선이 한층 더 선명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을 위시한 서구중심주의에 포섭된 여러 나라들이, 국가에 종속된 네이티브의 신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구축한 경계선을 부각시키는 기재가 바로 월경인 셈이다. 나카에의 작품 속 오키나와는 대개 중국의 티벳처럼 관광지로서의 이미지, 일본인들의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이미지, 안보를 위해 군사기지를 떠안고 있는 이미지, ‘오키나와다움’을 간직한 월경의 공간으로 표상된다. 이런 류의 나카에 영화가 1999년 이후 대량으로 생산된다. 이러한 이미지로 수많은 일본인 관광객과 이주자들을 오키나와로 불러들였다. 만 명 단위의 이주자와 관광객을 끌어안게 된 오키나와는 지금 호텔 건설 붐을 이루고 있다. 이도離島의 아름다운 산호초 위로 공항이 들어서고, 무분별한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나카에 영화를 통해 오키나와에 매료된 사람들은 기지문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헤노코 기지 재편은 제어가 안 되고 있다. 기지반대운동 연좌농성 현장에 자위대가 돌입하는 오키나와의 현 상황에 우리들은 눈 감아서는 안 된다.
-오미네 사와 「오키나와 영화 표상의 안과 밖」 중에서
필자
오미네 사와 大嶺沙和오미네 사와 大嶺沙和
메이지가쿠인대학(明治学院大学)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 UPLINK FACTORY 근무. 오키나와표상론 전공. 논문으로 「트와일라잇 존 매너(トワイライトゾーンㆍマナ)」(明治学院大学, 『言語文化』 24号, 2007)가 있다.
요모타 이누히코 四方田犬彦
전 메이지가쿠인대학(明治学院大学) 교수. 전공은 영화사, 비교문화. 주요 저서에 『팔레스티나는 지금(パレスチㆍナウ)』, 『선생과 나(先生とわたし)』, 『일본영화와 현대 신화(日本映画と現代の神話)』, 편저에 『영화감독 미조구치 겐지(映画監督溝口健二)』 등이 있다.
고시카와 요시아키 越川芳明
메이지대학(明治大学) 교수. 미국문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멕시코, 미국 국경의 소리와 역사를 찾아 필드워크 진행. 저서로는 『미국의 저편-핀천 이후의 현대 미국 문학(アメリカの彼方へピンチョン以降の現代アメリカ文学)』, 『고추를 찾아 떠나는 작은 여행ᜭ보더 문화론(トウガラシのちいさな旅ボーダー文化論)』, 『벽 저편의 천사들-보더 영화론(壁の向こうの天使たちボーダー映画論)』 등이 있다.
신조 이쿠오 新城郁夫
류큐대학(琉球大学) 교수. 일본근대문학 및 류큐근현대문학 전공. 저서에 『오키나와문학이라는 전략-갈등하는 언어ㆍ신체ㆍ기억(沖縄文学という企て葛藤する言語ㆍ身体ㆍ記憶)』, 『오키나와를 듣다(沖縄を聞く)』, 『오키나와 상처라는 회로(沖縄の傷という回路)』, 『오키나와로 연결되다-사상과 운동이 만나는 곳(沖縄に連なる思想と運動が出会うところ)』 등이 있다.
다카미네 쓰요시 高嶺剛
영화감독. 세이안조케이대학(成安造形大学)과 비주얼아트전문학교오사카(ビジュアルアーツ専門学校大阪)에서 강의. 일관되게 고향 오키나와를 주제로 한 작품 제작. 주요 작품으로는 <오키나완 드림쇼>(1974), <파라다이스 뷰>(1985), <운타마기루>(1989), <몽환류큐 쓰루헨리>(1999) 등이 있다.
최성욱 崔盛旭
메이지가쿠인대학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이마이 다다시를 주제로 박사학위 취득. 『국문학(國文學)』, 『유리카(ユリイカ)』 등에 한국영화 관련 글 다수 게재. 공저에 『사상독본⑨ 아시아 영화(思想読本⑨ アジア映画)』 등이 있다.
나카자토 이사오 仲里効
오키나와 잡지 『엣지(エッジ)』 편집장 역임. 다카미네 쓰요시의 <몽환류큐 쓰루헨리> 각본 공동 집필.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오키나와 특집 류큐전영열전’ 기획. 저서로는 『라운드 보더(ラウンドㆍボーダ)』, 『오키나와, 이미지 주변(엣지)(オキナワ, イメージの縁(エッジ))』, 『유격과 보더(遊撃とボーダー)』 등이 있다.
히가시 다쿠마 東琢磨
음악, 문화비평가. 저서에 『라틴 뮤직의 힘(ラテンㆍミュージックという力)』, 『전세계음악론(全ㆍ世界音楽論)』, 공저로 『복수의 오키나와(複数の沖縄)』, 『소리의 힘(音の力)』 시리즈가 있다.
역자
손지연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부교수. 경희대학교 ‘글로벌 류큐·오키나와연구소’ 소장. 일본 근현대문학 및 문화 전공. 동아시아, 오키나와, 여성, 마이너리티 등의 키워드에 천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키나와 문학의 이해』(공편), 『오키나와 문학의 힘』(공저), 옮긴 책으로 『오시로 다쓰히로 문학선집』, 『기억의 숲』, 『일본 근현대여성문학선집 사키야마 다미』 17권(공역), 『오키나와와 조선의 틈새에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