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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한문체소설 연구
1906년 신문연재소설을 중심으로
저자 윤성룡 역자/편자
발행일 2019.4.15
ISBN 9791159053863
쪽수 160
판형 신국판 양장
가격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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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한문체소설의 위치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철옹성마냥 견고했던 한문의 아성은 1894년 갑오개혁에서 공식적으로 해체되기 시작하였으며 애국계몽운동의 고조와 더불어 폐지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06년 무렵, 대표적인 애국계몽 신문 『황성신문』을 포함한 여러 신문에 한문체소설이 대거 등장한다. 친일 성향의 『대한일보』는 심지어 순국문소설과 한문체소설을 같이 연재하기도 한다. 이는 분명 하나의 ‘사건’으로서 한문체소설도 시대적인 추세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나름대로 모색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언문일치를 지향한 신소설이 점차 대세를 이루고 있었기에 한문체소설의 자체적인 변화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는 많지 않았다. 특히 친일 신문으로 매도당한 『대한일보』에 연재된 한문체소설은 더욱 소외되었다. 그러나 한국 근대소설의 형성과정을 밝히기 위해서는 한문체소설도 반드시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근대 한문체소설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906년 신문연재 한문체소설을 중심으로 근대전환기 한문체소설의 독자적 성격을 규명하고자 한 책이다. 


근대전환기, 격변의 한국문학

이 책에서는 우선 근대전환기 신문연재 한문체소설 가운데 유독 중국 의화본(擬話本)소설의 번안 작품이 많다는 사실을 주목하여, 작가들이 의화본소설을 선택한 이유와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재구성했는지를 밝힌다. 양식적인 측면에서는 신문연재라는 양식이 한문체소설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한문체소설이 1906년도에 신문연재 방식으로 부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문세대 작가층이 ‘소설’을 풍속 개량과 근대 계몽을 위한 도구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문연재의 특성을 고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한문체소설의 자체적 진화를 살펴보았다.


1906년은 전환적인 연도로 애국계몽운동이 시대적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만큼 한문체소설도 당면의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책은 애국계몽 신문으로 주목받는 『황성신문』은 소설을 통해 유교적 교화를 더 많이 강조하고, 친일신문으로 매도당하는 『대한일보』는 소설을 통해 여성의 역할과 계몽을 더 많이 강조한 사실 역시 지적한다. 특히 『대한일보』에 연재된 『여영웅』은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과정에 일정한 소설적 자유까지 수확하고 있는데, 이는 근대전환기 한문체소설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문체소설에는 작가층이 한국의 현실적인 위기 앞에서 실존적 고민을 하였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컨대 남녀차별을 비판하면서도 여성의 정조는 지켜야 했고 근대를 지향하면서도 기존 질서를 쉽게 부정하지 못하였다. 한문세대 작가층의 실존적 고민이 소설 속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문체소설은 결국 한문폐지론의 대두, 국내외 절박한 정치적 현실과 함께 역사 무대에서 퇴장하지만 엄연한 전환기 우리 문학사의 일부로서 근대소설의 형성뿐만 아니라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한문체소설의 문학사적 위치를 다시 정립하고 이를 통해 근대 한국문학의 형성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하였다.

머리말


제1장 한국 근대신문과 한문체소설의 등장

1. 1906년 근대신문의 한문체소설 연재

2. 한문체소설에 대한 인식과 문제점


제2장 중국 의화본(擬話本)소설의 창조적 재구성

1. 소설구조의 재배치

2. 등장인물 유형의 변화

3. 플롯의 변화 양상


제3장 전통 서사양식의 근대적 변화 양상

1. 서사공간의 확장과 현실성

2. 서사적 시간에 대한 인식

3. 서사구조의 재구성


제4장 계몽사상의 수용과 ‘사전(史傳)’ 전통의 계승

1. 근대적 계몽의 논리와 소설적 자유

2. 유교적 교화(敎化)의 논리와 ‘사전’의 전통

3. 작가층의 딜레마와 독자층의 한계


제5장 근대전환기 한문체소설의 진화와 한계



참고문헌

여규형이 국문을 ‘조선글’이 아닌 ‘한문의 보조수단’으로 파악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문이 4천 년 동안 사용된 것이므로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도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 또한 대동학회가 조직될 정도로 한문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유학자들의 세력이 만만치 않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문체소설, 한시가 꾸준히 창작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황성신문』이 순국문에서 한문 중심으로 다시 회귀한 것은 지식인 독자층을 다분히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은 주필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였다가 그 결과로 장지연은 체포되고 신문은 80일간 정간당하게 된다. 이렇듯 애국계몽의 선두에 있는 신문이 한문 중심으로 간행되고 한문체소설도 게재한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이 책은 바로 대표적인 친일신문으로 매도당하는 『대한일보』와 대표적인 애국계몽 신문으로 인식되는 『황성신문』이 같은 해에 모두 한문체소설을 연재한 흥미로운 사실에 관심을 갖고 세밀한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본문 19쪽에서

윤성룡(尹盛龍, Yin, Sheng­long)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현재 난징사범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전임교수. 『난징대학살의 역사』(경인문화사, 2018), 『붉은 대문』(깊은샘, 2018) 등 번역서를 간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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