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저자 | 윤해동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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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5.31 | ||
ISBN | 9791159056994 | ||
쪽수 | 456 | ||
판형 | 신국판 | ||
가격 | 35,000원 |
‘식민지적 사유중지’와 기묘한 국가 논의-‘국가론 부재의 국가’(조선총독부) 대 ‘국가 없는 건국론’(대한민국 임시정부)
‘토착왜구’로 상징되는 인식론적 폭력은 ‘식민지적 사유중지’라고 하는 인식론적 공백사태를 초래한다. 식민지적 사유중지라는 인식론적 공백은 모든 근대적인 사회적 구성에 대한 사유중지를 초래하며, 이는 다시 인문, 사회과학적 연구 기반의 약화를 불러온다.
식민지적 사유중지라는 사태는 국가론과 관련하여 상반되는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하나는 ‘국가론 부재의 국가’(조선총독부)를 기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없는 건국론”(대한민국임시정부)을 주장하는 것이다. 조선총독부가 지배한 식민지시기의 한국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부면에서 국가상태를 상정하고 있지만, 총독부라는 권력기구의 성격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는다. 국가론 부재의 국가에 관한 논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논의가 사회의 한쪽에서 무성하지만, 그게 어떤 국가인지 혹은 국가인지 아닌지조차 말하지 않는다. 국가를 말하지 않는 건국론, 어찌 기묘하지 않은가? 이제 이처럼 기묘한 국가 논의 상황을 넘어서야 할 때가 되었다.
식민지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방법-‘식민국가’ 논의
식민지의 총독부 권력을 국가론적 논의에서 배제해 버리고 단지 권력의 특수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조선총독부를 인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게으르고 무책임한 방식이라는 것도 확실하다. 조선총독부는 국가론적 논의에서 배제해야 할 예외주의적 사례가 아니다. 식민지는 인간의 역사와 기억 속에서 폐기해야 할 대상이거나 부끄럽기만 한 경험이 아니다. 식민지는 인류사의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가장 빛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식민지 경험을 통하여 인류는 인간의 인간에 대한 억압과 종속을 그냥 견뎌야 하는 관습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새로이 개발하고 발견해나가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식민지민의 지속적인 저항을 통하여 식민지 억압의 경험은 빛나는 인간적 가치를 발견하는 극적인 계기로 전환되었다. 실제 한국에서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세 개의 국가 개념-이중국가, 식민국가, 대칭국가
이 책에서는 이중국가, 식민국가, 대칭국가라는 세 개의 국가개념을 사용하여 식민지기의 정치권력 혹은 국가를 분석한다. 이중국가는 대한제국과 통감부가 병존하던 시기 권력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하였다. 조선총독부 권력은 식민국가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분석하였고 이와 대치하고 있던 저항국가 즉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대칭국가로 규정하였다.
이중국가는 식민국가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식민국가가 이 책의 중심적인 분석 대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식민국가는 그 자체만으로 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제국,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지민의 저항(권력)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그 권력의 기반이 잠식되어 가는 존재가 바로 식민국가였다. 식민국가의 다른 한편에 서있는 저항권력 즉 대칭국가의 존재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민국가는 강한 능력을 가진 국가였지만, 반면 자율성은 약한 그런 근대국가였다. 한편 대칭국가는 반(半)주권을 가진 반(半)국가였음에도, 강한 자율성을 가진 국가였다.
새로 쓰는 한국 근대 ‘국가의 풍경’
20세기 초반 한반도를 비롯한 전지구의 ‘국가의 풍경’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다. 소멸될 운명에 처해 있던 식민국가의 한편에서는 대칭국가가 싹터서 자라고 있었다. 전지구적 식민지배의 시대에는 마치 바로크시대 다성음악에서 통주저음과 고음으로 구성된 대위법처럼, 식민국가와 대칭국가가 서로의 존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민국가가 존재하는 곳에서 대칭국가는 어떤 형태로든 싹트고 있거나 자리 잡아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것이 전지구적 근대가 만들어내고 있던 ‘국가의 풍경’이었다. 이 책에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그런 국가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다.
머리말_만약 한국이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3
제1장 ‘식민지적 사유중지’와 ‘식민국가’ 13
제2장 통감부와 ‘이중국가’ 33
1. 이중국가론 44
2. 군사점령과 보호국화 50
1) 보호국이란 무엇인가? 50
2) 군사점령과 보호국으로의 길 55
3. ‘폭력기구’ 해체의 세 차원 61
1) 한국정부의 기반 잠식 63
2) 폭력기구의 해체와 장악 66
3) 저항폭력의 진압 71
4. 사법권 침탈과 ‘법권’ 철폐 74
1) 사법권 침탈 76
2) 영사재판권 철폐 78
5. 이중국가 해체와 병합 82
제3장 총독과 조선총독부 행정 87
1. 총독과 식민지 97
1) 총독의 종합행정권 99
2) 조선행정에 대한 지휘감독권 103
3) 역대 조선총독 108
2. 조선총독부의 행정과 재정 113
1) 총독부의 행정 113
2) 총독부의 관공리 115
3) 관공리의 민족별 구성 119
4) 총독부의 재정 125
3. 자본주의국가 129
1) 자본주의국가 129
2) ‘수탈’과 ‘위대한 탈출’ 131
제4장 조선총독부의 입법기능과 식민지의 법 137
1. 세 종류 성문법과 관습 143
2. ‘법에 의한 지배’의 구축 146
3. 총독의 입법권과 제령 151
4. 제국 일본의 법령 158
5. 대한제국과 통감부의 법령 164
6. 관습의 힘-중추원과 부작위적 ‘동의’ 167
7. 현법顯法과 은법隱法 179
제5장 조선총독부 재판소와 경찰 183
1. 사법기관 191
1) 조선총독부 재판소 191
2) 조선의 검찰제도 199
2. 식민지경찰 202
1) 헌병경찰(1910~1919) 202
2) 보통경찰(1920~1945) 212
제6장 지방행정과 도 223
1. 근대적 관료행정과 도제道制 229
2. 도회와 ‘식민지공공성’ 241
제7장 제국과 식민지의 사이 253
1. 이왕직 268
1) 이왕직 269
2) 왕공족 276
3) ‘조선귀족’과 ‘조선보병대’ 280
2. ‘조선군’ 284
1) ‘조선군’의 세 시간 284
2) 일본의 대외침략과 조선군의 ‘파병’(1919~1945) 292
3) 조선인의 군대 참여 306
4) ‘본토결전’과 제17방면군(1945) 318
3. 조선은행 327
제8장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조선총독부-대칭국가와 식민국가 339
1. 국가론의 지평 345
2. 한국 근대의 두 국가 349
3. ‘대칭국가’ 355
1) 주권의 두 얼굴 355
2)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반주권’ 360
3) ‘대칭국가’라는 상징 364
4) 분출하는 국가들, 경쟁하는 주권성 368
4. 식민국가 372
1) 주권 없는 ‘근대국가’ 372
2) 조선총독부와 ‘국가의 효과’ 376
3) 식민국가라는 모델 379
5. 국가와 민족의 대위법 380
제9장 식민국가와 동아시아 385
미주 407
참고문헌 429
용어 찾아보기 442
인명 찾아보기 456
윤해동 尹海東, Yun, Hae-dong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현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대상으로 한 저작으로 『식민지의 회색지대』(역사비평사, 2003), 『지배와 자치』(역사비평사, 2006), 『근대역사학의 황혼』(책과함께, 2010), 『植民地がつくった近代』(三元社, 2017),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책과함께, 2018) 등이 있음. 주요 관심 분야는 평화와 생태를 중심으로 한 융합인문학 연구임. geobookz@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