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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지명
백거이 감상시 100선
저자 백거이 역자/편자 강필임 편역
발행일 2022.6.20
ISBN 9791159057212
쪽수 424
판형 152*223, 무선
가격 3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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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 두보를 이은 당대 대표시인, 백거이의 감상시를 읽다

낙천지명(樂天知命)은 주어진 삶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당대(唐代)의 대표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삶의 신조로 지키고자 했던 말이다. 그는 자(字)도 ‘낙천지명’이라는 뜻의 ‘낙천(樂天)’이라서 백낙천(白樂天)이라고 불린다. 그는 “그대가 걱정으로 괴롭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 낙천은 천명을 알고 깨달아서 근심이 없다네(若問樂天憂病否, 樂天知命了無憂.)”(「病中詩·枕上作」)라고,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낙천지명의 삶이 주는 평화로움을 표현했다. 이 책의 이름이 『낙천지명』인 이유다. 

『낙천지명』은 백거이의 감상시(感傷詩) 100수를 우리말로 풀고 해설과 역자의 감상을 더한 책이다. 이 감상시의 ‘감상’은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의 ‘감상(感賞)’이 아니고 ‘비애를 느끼다’, ‘슬픔을 느끼다’라는 뜻의 ‘감상(感傷)’이다. 작품에는 혈육이나 지기와의 이별로 인한 아쉬움, 가족이나 지기의 죽음에 대한 한탄, 사물로 촉발된 감정,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이별의 한, 천명을 수용하는 삶의 철학, 계절의 변화나 노화에 대한 한탄, 인생사의 곡절에 대한 슬픔 등 인류 보편적 삶의 편린과 애상적 감정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그가 낙천지명, 안분지족의 삶을 살게 된 데는 굴곡진 그의 인생 역정도 한몫했다. 이 책 『낙천지명』에는 백거이가 굴곡진 삶을 마름질하며 중요한 가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점차 삶을 관조하고 낙천지명을 수용해 가는 내면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감회(遣懷)」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되돌아보면, 세상사 괴로움은

가질 수 없는 데서 생기는 것.

나는 지금 가지려는 것 없으니

근심과 슬픔 거의 벗어났다네.

回看世間苦 苦在求不得 

我今無所求 庶離憂悲域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니, 세상사 모든 근심은 갖고자 해도 가질 수 없어 안달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고, 그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여 마음의 평화까지 얻게 되었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낙천’이요, ‘지명(知命)’이다. 

이 시에서 그가 터득한 세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고 버리면서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가 말하는 낙천지명 역시 모든 일이 운명이라고 체념하는 무의지적 삶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삶이고, 그것을 자신의 분수로 편안하게 받아들여 만족하고 즐기는 자세이다. 낙천지명의 삶을 노래한 다른 시를 소개하면, “길흉화복은 모두 연유가 있는 것, 그 원인을 깊이 살필지언정 겁내지는 말아라. 화마가 윤택한 집을 태우기는 해도, 풍랑이 빈 배를 뒤집지는 않노라. 명예는 내 것이 아니니 많이 취하지는 말며, 이득은 내 몸의 재난이 되니 적당히 탐해야 한다. 사람은 표주박과는 달라서 먹어야 살지만, 적당히 먹고 나면 일찌감치 그만 먹어야 하리라(吉凶禍福有來由, 但要深知不要憂. 只見火光燒潤屋, 不聞風浪覆虛舟. 名爲公器無多取, 利是身災合少求. 雖異匏瓜難不食, 大都食足早宜休).”(「感興」)이다. 행복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있지 않고,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인생의 온갖 괴로움을 통찰하고 얻은 깨달음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보석 같은 금언이 된다.

백거이의 감상시는 도시화 된 생활 속에 욕망에 이끌리고 욕심에 채근당하며 살아오던 삶에 한 줄기 바람같이 숨통을 틔워주는 작품이다. 백거이는 낙천지명을 노래하면서도 현학적이지 않고 높은 정신세계에서 내려다보듯 고매한 학자인 양 하지도 않는다. 쉬운 언어로 쉬운 내용으로 그러나 원숙하게 말한다. 그는 세상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현실에서 도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삶은 큰 결단을 해야만 가능한, 쉽지 않은 ‘자가 격리’ 삶이요, 요즘 사람들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삶이다. 그는 보통의 삶 속에서 천명을 수용하고 운명을 즐기는 삶, 분수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만족하고 즐기는 삶, ‘낙천지명’을 말한다. 그런 낙천지명은 설사 우리가 실천하지는 못해도 한 번쯤 들어보고 생각해 보았음 직한, 나와 이웃의 마음속에 있는 꿈이자 생활 방식이다. 이것이 그의 낙천지명이 갖는 깊이이고 우리가 어쩌면 지금까지 이 시들을 곁에 두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이 시를 우리 현실 속 실바람처럼 추천하는 이유다.

백거이 감상시 소개 / 3


제1장 장안으로 출사하다

001    요주로 가는 길, 밤에 강가에 정박하고 19

002    양영사 노극유 은요번과 이별하며 23

003    고향 생각 27

004    기주성 북쪽 언덕에서 적다 31

005    서명사에 모란꽃이 피어 원구를 생각하다 35

006    가을장마 속에 윤종지의 선유산 거처에 들르다 42

007    긴 한의 노래 45

008    대나무를 새로 심고新栽竹 62

009    이 소부가 관사에서 보낸 시에 답하다酬李少府曹長官舍見贈 66

010    강남에 있는 형제에게寄江南兄弟 70

011    곡강의 이른 가을曲江早秋 74

012    원구와 헤어진 후 소회를 읊다別元九後詠所懷 78

013    주질현 청사 앞 소나무 두 그루를 읊어 부치다 82

014    한림원에 가을이 느껴져 왕질부를 그리워하다 86

015     주진촌 이야기朱陳村  90

016     술을 마신 후 유 주부가 준 긴 시에 빠르게 써서 화답하고 이를 또 장대와 가 이십사 선배의 형제들에게 부치다 98

017    늦은 봄 원구에게 115

018    청룡사의 초여름 118

019    원구와 헤어지고 문득 그의 꿈을 꾸다 깨었는데 그의 편지와 함께 동화시가 때마침 도착하였다. 슬픔이 몰려와 이 시를 지어 부친다 122

020    입추일 곡강에서 원구를 그리다 129

021    장 태축이 늦가을 와병 중에 보낸 시에 답하다 132

022    동생과 이별하고 맞은 달밤別舍弟後月夜 136

023    술을 권하며 원구에게 부치다勸酒寄元九 139

024    옛날을 추억하며 쓴 원구의 시에 화답하다和元九悼往 144


제2장 하규로 돌아오다

025    위수의 옛집에 다시 오다重到渭上舊居 151

026    밤비夜雨 155

027    백발白髮 159

028    늙음을 한탄하다嘆老 163

029    형제를 송별하고 온 밤, 눈이 내리다送兄弟回雪夜 166

030    깨우침自覺 170

031    시냇가의 초봄溪中早春 175

032    친구와 산골짜기로 꽃구경을 가다同友人尋澗花 178

033    술을 앞에 두고對酒 181

034    깨달음諭懷 185

035    벗이 와서 묵게 된 것을 기뻐하며喜友至留宿 188

036    거울感鏡 190

037    거울을 주고 송별하며以鏡贈別 193

038    시골에서 와병 중에村居臥病 196

039    소나무를 심다栽松 199

040    금란자를 생각하며念金鑾子 201

041    배 상공 꿈을 꾸고夢裴相公 204

042    행간과 헤어지며別行簡 207

043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며觀兒戱 210

044    원구에게寄元九 213

045    밤비 속 상념夜雨有念 217

046    북쪽 뜨락에서北園 221

047    단가행短歌行 223

048    숭산 남쪽으로 돌아가는 장 산인을 송별하다送張山人歸嵩陽 227

049    봄을 보내다送春 231


제3장 강주사마로 좌천되다

050    이 십일과 이별한 후 다시 부치다別李十一後重寄 237

051    이별하며 주다留別 241

052    새벽 이별曉別 244

053    보슬비 속에 밤길을 가다微雨夜行 247

054    양양에 다시 와서 옛집을 찾아가다再到襄陽訪問舊居 249

055    미지에게寄微之 252

056    밤비 내리는 배에서舟中雨夜 256

057    강가 누각에서 다듬이 소리를 듣다江樓聞砧 258

058    비파의 노래琵琶引 260

059    낙양성 고향을 생각하다 272

060    늙어간다는 것漸老 275

061    유사를 배웅하다送幼史 278

062    한밤중 눈夜雪 281

063    행간에게寄行簡 283

064    꽃신으로 정표 삼아感情 286

065    왕 선생에게王夫子 291

066    초가을新秋 295

067    밤비夜雨 297

068    가을 강변에서 손님을 배웅하며秋江送客 299

069    가을 달秋月 301

070    강주사마의 관사司馬宅 304

071    가을 무궁화秋槿 308

072    이 칠, 유 삼십삼과 함께 원구를 방문하는 꿈을 꾸고夢與李七庾三十三同訪元九 311

073    강남에서 천보 시절 노악사를 만나다江南遇天 315


제4장 충주자사로 옮기다

074    충주 군청에서郡中 325

075    서루의 밤 329

076    왕질부에게寄王質夫 332

077    소 처사를 초대하다招蕭處士 337

078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와 저녁의 감회를 적다送客回晩興 340

079    중양절에 파대에 오르다九日登巴臺 342

080    세밑 수상歲晩 345

081    동성 봄소풍東城尋春 349

082    강가의 송별江上送客 352

083    아침에 풍신제를 지내고 이 사인을 생각하다早祭風伯 因懷李十一舍人 354

084    꽃그늘 속에서 술을 마주하고花下對酒 358

085    성 동쪽의 옛 제단에 올라登城東古臺 361

086    동쪽 언덕 산책步東坡 365

087    감회遣懷 368

088    순리대로 살리라委順 372


제5장 다시 장안으로

089    시냇골 노인의 집에 묵다宿溪翁 377

090    마당의 소나무庭松 381

091    저녁 귀갓길 소회晩歸有感 386

092    곡강의 가을 제1曲江感秋其一 389

093    곡강의 가을 제2曲江感秋其二 395

094    송죽 예찬玩松竹 399

095    늙고 병들어 재미가 없는 소회를 읊다衰病無趣 因吟所懷 402

096    소요의 노래逍遙詠 405

097    술을 마시고 지어 소열과 은요번 두 협률랑에게 답으로 주다醉後狂言 酬贈蕭殷二協律 408

098    몰래 한 이별潛別離 413

099    긴 그리움長相思 416

100    꿈속의 사랑花非花 420


역자 후기 / 423

가을 달 / 秋月 


초저녁 푸르스름하던 달빛

밤 깊어 휘영청 밝아져서


서쪽 주랑 곁 살짝 오더니

남쪽 창문 앞 가득 채우네.


초록 풀 가득한 이 마당에

맑은 이슬 드는 저 하늘에.


툭툭툭 낙엽 지는 소리에

화르르 놀란 새의 날개짓.


둥지 속 새도 편치 않은데

시름겨운 나는 어찌 잠드랴. 


감상

이 시는 원화 11년(816년)에서 원화 13년(818년) 사이, 백거이가 45~47세 경에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재임하며 지은 작품으로 추정된다. 

초저녁 푸르스름하던 달빛이 한밤중 휘영청 떠오르고, 서쪽 주랑을 비추던 달빛이 돌고 돌아 남쪽 창문까지 다가온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시인이 오랜 시간 잠 못 들고 달빛이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표현했다. 또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잠 못 들고 앉아 있는 이유를 놀라서 홰치는 새의 모습을 빌어 설명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잠을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설명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설명했다. 

강주사마 생활을 겪으며 백낙천은 서서히 현실 정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을 받아들인다. 원화 13년 7월 낙천은 강주사마로서의 생활을 술회하여 「강주사마청기(江州司馬廳記)」를 남겼다. “관직은 시운에 달린 것이나, 마음을 편히 하고 안하고는 사람에 달린 것이다. … 내가 이 강주를 보좌한 것이 이미 4년이다. 마음은 마치 하루나 이틀 된 듯 편안하고 한가한데, 어찌 그럴 수 있었는가? 때를 알고 명을 알았을 뿐이다.(官不官, 繋乎時也. 適不適, 在乎人也. … 予佐是郡, 行四年矣! 其心休休如一日二日, 何哉? 識時知命而已.)”(「江州司馬廳記」). 때를 알고 명을 알게 되는 심경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았을 일이다. 

강필임 姜必任, Kang Pil-yim

대학 시절 전공 수업에서 자연풍경을 멋지게 표현한 시가 속에 담긴 깊은 철학적 의미를 배우면서 중국고전시가의 매력을 처음 경험했다. 시를 조금 더 알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현재까지 당시(唐詩)를 연구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시를 연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번역하여 대중들과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세종대학교 중국통상학과에서 중국문학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중국 악부시(樂府詩)와 남북조(南北朝) 시가, 당시 방면뿐만 아니라 한중문화교류 방면으로 관심을 넓혀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 『시회의 탄생』(한길사, 2016), 역서로 『백화문학사』(후스(胡適), 태학사, 2012), 『한위진남북조시사』(거샤요인, 역락, 2012), 『악부시집』(지만지, 2011), 『매여 있지 않은 배처럼(백거이 한적시선 1)』(공역, 성균관대 출판부, 2003), 『나 이제 흰구름과 더불어(백거이 한적시선 2)』(공역, 성균관대 출판부, 20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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