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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의 물결
식민지 조선의 문학과 좌파문화
저자 박선영 역자/편자 나병철
발행일 2022.10.5
ISBN 9791159057144
쪽수 444
판형 152*223, 무선
가격 4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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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식민지 시대의 진보적 문학운동을 새롭게 재조망하면서 오늘날까지 그 물결이 은밀히 되돌아오는 비밀을 밝히고 있다. 당시의 진보적 운동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활력적인 문화의 기억은 역사적 후대에게 생생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직도 역사의 이정표가 되고 있는 식민지 문학운동의 역동성을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이라는 신기원적이고 독창적인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 문학은 기존의 평가와는 달리 결코 카프에 국한되지 않았다. 당대의 진보적 문학의 다양한 흐름들은 흩어진 채 모여 있는 성좌와도 같은 소우주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 같은 소우주에서 발산된 물결은 유동성과 탄력성으로 심연에 깊이 각인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생명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사회사상과 민족의식, 젠더적 각성의 합류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은 정통성에 얽매였던 사상의 편협성을 전복시키는 혁명적인 신조어이다.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는 직선적인 계급 운동이 아니라 인종과 젠더의 중첩된 영역에서 회전이 걸린 움직임을 보였다. 이 책에서 ‘물결’이라는 은유는 그처럼 사회사상과 민족의식, 젠더적 각성이 합류해 유동적인 흐름을 이룬 넓은 강을 나타낸다.

그런 유동적인 물결의 특징 중의 하나는 정치적 중심이 약한 대신 문학에서 번성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서구와 러시아,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서 한국 좌파 지식인들은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활동해야 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한국 좌파의 불리함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확고하고 통제적인 권위의 부재 속에서 한국 지식인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감독에서 자유로웠고 사회주의 사상을 창조적 활동에 적용할 때 많은 자율성을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식민지적 검열의 압박은 작가들이 통제를 우회하며 예술적 솜씨를 발휘하게 해 아이러니한 눈부신 결과를 낳고 있었다.

사회주의 사상은 한국으로 여행하는 동안 목적론에서 벗어나 유동적이고 활력적인 물결을 창조한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진보적 문화는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민족주의, 페미니즘을 횡단하는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이기영의 마르크스주의와 염상섭의 민족주의는 만날 수 없을 듯했지만, 문학에서는 더 넓은 강의 물결을 이루며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염상섭은 동반적 여행자인 동시에 좌파 민족주의자로서 조금의 유보도 없이 프롤레타리아 물결의 큰 흐름을 주도한 작가였다. 또한 강경애는 남성조직인 카프에 가담할 수 없었지만 남성중심적 사회주의마저 넘는 페미니즘의 물결을 통해 진보적 문학을 확대시켰다. 그와 함께 카프의 맹원이었던 김남천은 위기의 시대에 아방가르드적 모험을 통해 모더니스트보다도 더 실험적인 미학의 정치화를 실행했다.


염상섭과 강경애, 김남천 문학을 바라보는 독창적 시각

이 책은 염상섭과 강경애, 김남천의 문학을 다루면서 기존의 연구들을 쇄신하는 강력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염상섭은 흔히 카프와 대립한 민족주의자로 평가 되어 왔지만, 실상은 식민지의 경우 민족주의가 급진적 비판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비밀을 보여준 작가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좌파 민족주의는 단순히 정통성에 얽매인 교조주의적 사회주의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또한 강경애는 사회주의에 의해 페미니즘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넘어서서 양자의 잠재성을 더 확장시킨 작가였다. 그녀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횡단하는 페미니즘의 방식으로 편협한 남성중심주의를 극복하며 사회주의의 경계를 더 확대시켰다. 김남천 역시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진보적 문학을 다양한 실험적인 방법으로 혁신시킨 작가였다. 그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분리를 넘어서고 역사성과 일상성의 대립을 해체하며, 모더니티의 밑바닥 이면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일상을 통해 역사성이 더 잘 보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은 전쟁의 격랑에 휩싸인 1940년대 초반에 끝이 났다. 사회주의가 정치적 혁명에 성공하지 못했음은 물론 문화운동 역시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때의 기억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방해를 뚫고 새로운 반향을 얻어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 정치학의 모델이 되었다. 실제로 1970~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은 식민지 시대의 진보적 문화운동에서 명료한 영감을 얻은 실천이었다.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은 민중의 물결로 귀환했으며 이번에는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 점에서 식민지 문화운동은 짓밟힌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역사의 제분기를 돌리는 밀알이 된다는 스튜어트 홀의 격언을 입증한 셈이었다. 

오늘날은 전지구적 반부격차와 실직상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 등 식민지 작가들이 직면했던 것과 비슷한 난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의한 무의식의 식민화로 인해 사회주의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시대는 제임슨이 말한 무의식의 식민화를 뚫고 프롤레타리아의 물결과 민중의 물결을 넘어 제3의 물결이 귀환해야 하는 시대이다.

지금의 프롤레타리아도 민중도 사라진 상황은 김남천이 경험했던 위기의 시대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민중이 소멸된 시대에도 프롤레타리아 물결의 숨겨진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딱딱한 사상보다 유동적인 물결이 끝없이 회생하는 탄력성과 잠재력을 발휘함을 입증하고 있다. 소멸된 사상은 물결의 잔여물로 심연에 각인되어 있으며, 이제 새로운 창조적 변주를 통해 패배의 기억을 되갚는 놀라운 전환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감사의 말   1

한국어판 서문   6

역자 서문   11

서론   35


제1부  배경


제1장

식민지 조선의 좌파-맥락적 설명 61


조선 후기 농민의 사회적 불안   63

식민지의 산업화와 노동운동   66

한국의 공산주의 운동과 문화적 좌파   74

한국 좌파 운동에서의 식민지적 차이   82


제2부  풍경


제2장

프롤레타리아의 물결-문학적 좌파의 해부 89


사회주의 문학운동의 아나키스트적인 출발   93

카프의 탄생과 사회주의 문학의 마르크스주의적 전환   105

카프의 성장과 한국 좌파의 예술적 반란   118

동반적 여행자와 좌파문화의 다양화   127

오늘날의 프롤레타리아 물결의 재발견   140


제3장

좌파 문학과 문화적 근대성-비판적 개괄 148


식민지 조선의 근대문화   150

문학적 좌파와 문화적 운동   159

대중people의 문화를 창조하기   163

미학주의에서 사회적 참여로   172

유물론적 미학을 향하여   183

식민지 조선의 문학과 좌파문화   189


제3부  초상


제4장

프롤레타리아를 번역하기-카프의 논쟁과 문학적 경험 195


신경향파 문학과 프롤레타리아적 그로테스크   198

우화적 이야기에서 노동 르포르타주로   206

농민문학과 집단적 소설   219

카프문학의 재평가   236


제5장

식민지적 자아를 고백하기-염상섭의 “프롤레타리아적 민족”의 문학적 민족지학 241


염상섭의 좌파 민족주의의 형성과정   245

식민지적 자아의 고백, 식민지적 민족의 발견   260

프롤레타리아 민족에 대한 문학적 민족지학의 글쓰기   276

식민지 민족주의와 그 문화적 실천의 재고찰   289


제6장

식민지 조선의 페미니즘을 다시 사유하기-강경애의 프롤레타리아 여성에 대한 초상 293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전개   298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가정을 재이미지화하기   309

사회주의적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   325

식민지 조선의 페미니즘을 다시 사유하기   334


제7장

비판으로서의 일상생활-김남천의 문학적 실험 339


일본의 사상적 탄압과 좌파 작가의 영향   344

일상생활의 마르크스주의 미학을 이론화하기   349

일상생활에서 역사를 탐색하기   358

대동아전쟁기의 비판공간으로서의 일상생활   372

역사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의 틈새에서   387



결론   391


참고문헌   403

찾아보기   433

- 추천글

20세기의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한국의 급진적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 한국의 프롤레타리아 물결에 대한 박선영의 신기원적인 비판적 역사는 탈식민지 문화 연구를 위한 강력하고 독창적인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아나키즘, 페미니즘, 민족주의, 반식민주의 등이 식민지로 “여행하는” 경로를 보여주면서, 그 “여행하는 이론”이 한국 현지의 근대소설과 서사 속에서 재창조된 방법들을 포착하고 있다.

마이클 데닝, 예일대학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은 한국의 문화적 좌파가 식민지 조선의 공간적 한계를 어떻게 넘어섰는지 능숙하게 보여준다. 또한 식민주의가 한국인들로 하여금 거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주의의 약속을 번역하도록 자극함으로써, 일본의 억압이 어떻게 역설적인 구성적 요소로 작용했는지 드러낸다. 박선영의 “간과된 역사의 회생”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식민지 좌파 문화의 잔여적 생명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이다. 

해리 하루투니언, 시카고대학 명예교수 


『프롤레타리아의 물결』은 식민지 좌파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새롭게 혁신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책이다. 순식간에 한국학 연구의 고전이 될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의 세계화, 서구 외부의 (준)식민지 자본주의화와 식민적·제국적 근대성, 그리고 페미니즘적 사회주의 미학의 주제를 통해, 트랜스내셔널한 학문에 보다 더 증폭된 기여를 할 것이다. 

이진경,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지은이

박선영 朴宣榮, Park Sun-young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버팔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컬럼비아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동아시아학과 및 젠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근현대 한국문학을 문화사적이고 비교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주로 리얼리즘과 SF에 관한 논문을 써왔다. 저서로는 The Proletarian Wave : Literature and Leftist Culture in Colonial Korea, 1910-1945(하버드아시아센터, 2015), 함께 낸 책으로는 Revisiting Minjung : New Perspectives on the Cultural History of 1980s South Korea(『민중 시대 다시 보기-1980년대 문화를 읽는 새로운 시각』, 미시간대 출판사, 2019), 번역서 혹은 번역 편집서로는 On the Eve of the Uprising and Other Stories from Colonial Korea(『「만세전」 외 근대소설 선집』, 코넬동아시아시리즈, 2010), Readymade Bodhisattva : The Kaya Anthology of South Korean Science Fiction(『레디메이드 보살-가야 한국 SF선집』, 가야출판사, 2019), 그리고 김보영 작가의 The Origins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종의 기원」 외』, 가야출판사, 2021) 등이 있다.


옮긴이

나병철 羅秉哲, Na Byung-chul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소설의 이해』, 『환상과 리얼리티』, 『은유로서의 네이션과 트랜스내셔널 연대』, 『친밀한 권력과 낯선 타자』,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 『반복의 문학과 진실의 이중주』 등이 있다. 역서로는 『문화의 위치』(호미 바바),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테드 휴즈), 『서비스 이코노미』(이진경), 『해체론과 변증법』(마이클 라이언),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정치와 문화』(마이클 라이언), 『문학교육론』(제임스 그리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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