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정대영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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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10.10 | ||
ISBN | 9791159057137 | ||
쪽수 | 134 | ||
판형 | 128*188 무선 | ||
가격 | 12,000원 |
20세기 후반, 새로운 기술, 인터넷의 발전을 통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중은 주어지는 뉴스를 받아 보는 수동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뉴스를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댓글이나 ‘좋아요’ 기능을 통하여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페이지를 통하여 누구나 쉽고 빠르게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고, 때문에 뉴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중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더 많은 뉴스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손쉽게 공유할 수도 있게 되었다. 뉴스의 과잉이다. 그 많은 뉴스 속에는, 뉴스인 척을 하는 “가짜뉴스”가 숨어있다.
어떤 학문이든 하나의 정의로 그것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경제학이 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고, 누군가는 시장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한다.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보면 경제학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마트에서 어떤 상품을 살 것인지,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인지, 대학에서 어떤 강의를 수강할 것인지 등 사회 속에서, 그리고 다른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는 개인의 선택과 그 선택의 유인을 연구하는 것이다.
개인이 현명한 선택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정보이다. 여러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개인에게, 어떤 선택지가 본인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한 정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질에 대한 정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정보, 강의를 하는 강사의 역량이나 수업의 난이도와 관련된 정보는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필요조건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중요한 ‘정보’라는 단어가 ‘가짜’라는 수식어에 공격받고 있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정보를 담고 있는 가짜정보,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은 오랜 기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부터 “세뱃돈을 나에게 맡기면 가지고 있다고 돌려준다”는 부모님의 거짓말까지, 우리는 종종, 아니 자주 거짓말과 마주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거짓말 또는 가짜 정보가 정치학자, 경제학자, 언론학자 등 많은 사회과학자 사이에서 새삼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짜뉴스의 존재가 심각한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가짜뉴스가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는 ‘인포데믹’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학자가 그 가짜뉴스의 정체를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에 끼치는 악영향을 살펴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아직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를 이해하기에는 깜냥이 많이 부족하고, 저널리즘이나 정치철학을 이야기하기에는 아는 것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보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는 저자의 이 작은 노력 하나가 가짜뉴스의 정체를 파헤치고 대의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저널리즘의 고결함을 되찾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머리말 3
들어가며
뉴스가 아닌 뉴스의 시대 11
제1장
“가짜뉴스” 21
트럼프는 수혜자인가 피해자인가? 23
“가짜뉴스”와 허위정보misinformation 26
의도와 조작 28
형태 또는 형식shape과 범위scope 30
진실truth 혹은 거짓false, 그 정도의 문제 33
가짜뉴스 시장 생산, 소비, 그리고 전파 36
제2장
가짜뉴스의 생산 39
올드 미디어의 과오 선동propaganda과 광고advertisement 42
뉴 미디어의 등장 인터넷과 ‘클릭 수’ 경쟁 48
저널리즘의 실종, 언제? 또 어떻게? 52
제3장
가짜뉴스의 소비 55
사고 싶은 것만 사듯이…… 57
누가 동기화된 추론을 하는가? 60
동기화된 추론과 가짜뉴스의 만남 62
뉴스의 소비, 보는 것과 믿는 것의 차이 64
제4장
가짜뉴스의 전파 67
근대의 시장 69
현대의 밥상머리/술상머리 71
뉴 미디어 시대의 소셜 미디어 72
가짜뉴스의 전파, 그리고 전파가 만든 가짜뉴스 75
소셜 미디어에서의 뉴스 전파 76
네트워크의 동질성homophily과 양극화polarization 80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반향실echo chamber 83
제5장
가짜뉴스와 정치 87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89
저널리즘과 가짜뉴스 91
가짜뉴스와 프로파간다 96
확증편향과 정치 양극화 99
제6장
팬데믹과 인포데믹 103
COVID-19 팬데믹과 인포데믹 105
“소금물의 효능”과 “연구비 지원” 의혹 109
의료뉴스와 정치뉴스 114
전염병에는 백신, 가짜뉴스에는 팩트체크? 118
맺으며
해결책을 고민하다 121
가짜뉴스와의 전쟁 생산과 유통에 대한 규제 123
가짜뉴스의 치료제 팩트체크의 효과 125
가짜뉴스의 백신 130
참고문헌 133
프로파간다는 ‘진짜’여야 할 이유가 없다. 아돌프 히틀러(Adolph Hitl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진실을 섬겨서는 안되며, 그것은 특히 진실이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즉, 적(enemy)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실이라면 선전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며, 그 경우에는 적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거짓을 전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렇게 동지와 적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전쟁의 상황을 거치면서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선전’의 의미 보다는 ‘선동’의 의미를 가진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대의민주주의하에서 프로파간다는 가짜뉴스를 활용한 선동으로 저널리즘을 좀 먹었고 민주주의를 쓰러트렸다. 나치당(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 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의 선동에 국민투표를 통하여 히틀러에게 총통의 자리를 내어준 1933년의 독일은 표면적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그 힘을 하나의 정당에 몰아주는 1당 독재를 실현시킴으로써 전 세계를 전쟁으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반유대주의와 독일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온갖 선전과 가짜뉴스가 경제공황에 힘들어하던 당시 독일 국민의 주권을 나치당에 위임하도록 유도하였고, 나치당은 그 위임 받은 힘을 기반으로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세계 정복의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히틀러 시대의 프로파간다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정치적 가짜뉴스는, 거짓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표면적인 특성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히틀러 시대의 프로파간다는 상징적이고 수사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히틀러의 국민계몽선전장관으로 일했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는 유대인 집단 거주지 게토(ghetto)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인도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외과수술의 문제일 뿐이다.” 유대인 학살을 부추겼던 이 발언은 그가 남긴 가장 대표적인 발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어떤 구체적인 (가짜) 사건이나 (가짜) 증거도 담고 있지 않고, 상징적이고 수사적인 표현으로 유대인에 대한 공포심과 적개심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현대의 가짜뉴스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상세한 형태의 거짓 정보를 담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하여 2천 9백만 번 이상 조회되었던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를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Page)에는 2019년 2월 14일, Ahtribune.com이라는 웹사이트의 기사가 공유된다. 해당 기사의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포주(pimp)이고 탈세를 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는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테러조직인 Ku Klux Klan(일명 KKK)의 일원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대영 鄭大泳, Jeong Dae-young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및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컴퓨터산업공학,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New York University Abu Dhabi 박사후연구원,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조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