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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김윤식 학술상

한국 현대문학과 민족의 만화경
저자 이경재 역자/편자
발행일 2023.04.20
ISBN 9791159057755
쪽수 464
판형 152*223, 무선
가격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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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실체와 그 기원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부터 근작 이민진의 『파친코』까지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민족이다. 민족은 19세기 중반 이후 사람들의 삶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인으로 부각됐고, 한국의 현대문학에도 민족에 대한 성찰 속에서 전개되어 왔다.

20세기 내내 침략적 민족주의와는 무관한 저항적 민족주의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민족에 대한 강조는 더욱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분단국가로서 통일을 절대적인 과제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민족의 통일과 독립, 안녕과 번영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민족주의는 누구도 그 가치를 부인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였음이 분명하다.

21세기에 들어 민족주의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변화가 찾아왔다. 국력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지면서, 민족주의에 내재된 근원적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저서가 관심을 갖는 것은 민족의 실체와 그 기원을 밝히고, 그것을 문학연구의 장에 적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민족주의가 한국인의 삶과 한국 현대문학의 핵심적인 결정요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그것을 둘러싼 여러 문인들의 대응양식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살핀다. 그것은 책의 제목에도 나오는 만화경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이, 민족(주의)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보여주는 여러 갈래의 문학담론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는 일에 해당한다. 

책머리에


제1부

근대문학 형성기의 민족

제1장/ 왜곡된 문명을 향한 청맹과니의 질주-이인직의 「혈의 누」에 나타난 만국공법과 외국 인식

제2장/ 이순신 서사에 나타난 민족정신의 양극-신채호의 『이순신전』과 이광수의 『이순신』

제3장/ 사회주의자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이광수-임화와 이광수


제2부

민족과 평양

제1장/ ‘오래된 미래로서의 과거’이자 박진사의 영혼이 숨 쉬는 성지-이광수의 『무정』

제2장/ 평양 표상에 나타난 김사량 문학의 정치성

제3장/ 평양 표상에 나타난 제국 담론의 균열 양상-김사량의 『바다의 노래』


제3부

외국(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민족의 초상

제1장/ 귀환서사에 나타난 반식민주의적 탈민족주의의 양상-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

제2장/ 20세기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이었나?-한흑구 소설을 중심으로

제3장/ 재일조선인의 삶과 손창섭이라는 문제적 개인-손창섭의 『유맹』

제4장/ 한국 비평의 두 가지 내면풍경-이어령과 김윤식


제4부

민족과 여성

제1장/ 민족주의와 여성 표상-조정래 소설을 중심으로

제2장/ 이민진의 「파친코」에 대한 젠더지리학적 고찰


부록

21세기 한국문학에 나타난 민족 담론

제1장/ 21세기 역사소설이 넘어선 것과 넘어서지 못한 것

제2장/ 윤동주라는 숭고한 대상-구효서, 『동주』(자음과모음, 2011)


참고문헌

제1부_ ‘근대문학 형성기의 민족’

근대문학 형성기에 민족을 둘러싸고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준 신채호, 이인직, 이광수, 임화 등을 살펴본다.

제1장 「왜곡된 문명을 향한 청맹과니의 질주」 : 최초의 신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이인직의 「혈의 누」를 만국공법의 틀로 새롭게 바라본 글이다. 근대에 눈이 먼 결과 친일이라는 늪에 빠져버린 이인직의 문학을, 만국공법이라는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였다. 만국공법으로 표상된 근대에 대한 맹목적 지향은 친일과 망국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제2장 「이순신 서사에 나타난 민족정신의 양극」 : 한민족의 구심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순신이라는 민족 영웅을 신채호와 이광수가 전유하는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민족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늘 배제와 결속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데, 신채호와 이광수는 일본과 중국을 상반되는 배제와 결속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차이는 당대적 맥락 속에서 결국 일제에 대한 저항과 협력이라는 매우 상반된 정치적 입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제3장 「사회주의자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이광수」 : 사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임화가 이광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식의 변천을 살펴본 글이다. 특히 한결같이 ‘계급문학의 적’으로만 인식하던 이광수를 조선문학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일제 말기에는 나름의 가능성을 지녔던 존재로 인정하는 대목에서는 민족(주의)의 절대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다.


제2부_ ‘민족과 평양’

평양이라는 공간을 통해 드러난 민족(주의)의 양상을 고찰한 글. 평양은 한민족의 역사에서 늘 핵심적인 공간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제너럴셔먼호 사건처럼 민족주의와 관련해서도 매우 강렬한 기억을 여러 차례 민족사에 남긴 공간인 것이다. 이 저서에서는 이광수의 『무정』과 김사량의 작품을 통해서 평양이 문학적으로 민족주의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무정』에서 평양은 칠성문 밖을 중심으로 하여 전근대적인 부정성이 가득한 곳으로만 인식되고는 하였다.

제1장 「‘오래된 미래로서의 과거’이자 박진사의 영혼이 숨 쉬는 성지」 : 『무정』에서 평양이 민족계몽주의자인 박진사의 무덤이 있는 성지로서,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을 구현한 곳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보고자 하였다.

제2장 「평양 표상에 나타난 김사량 문학의 정치성」 : 평양 출신의 대표적인 문인인 김사량의 소설에서 평양이 어떠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김사량의 소설에서 평양은 과거와 현재라는 이분법에 따라 매우 이질적으로 그려진다. 현재의 평양이 일제와 그 자본에 의해 빈곤과 광기로 점철된 아수라장에 가깝다면, 과거의 평양은 아름다움과 생명력이 넘치는 이상적인 곳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최저한의 삶조차 불가능한 현재의 곤혹은 노스탤지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상화되고 낭만화된 과거의 평양을 창출해내었다고 할 수 있다.

제3장 「평양 표상에 나타난 제국 담론의 균열 양상」 : 김사량의 일제 말기 장편소설인 『바다의 노래』를 평양 표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동안 『바다의 노래』는 국책소설 정도로 인식되어 왔으나, 평양 표상에 나타난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 안에는 제국 담론에 대한 균열과 저항의 모습이 담겨있음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제3부_ ‘외국(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민족의 초상’

제목처럼 한국 현대문학에 나타난 외국(인)의 모습과 그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살펴본 글. 본래 민족이란 것이 나와는 다른 문화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의식에 의해서만 대타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면,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한국의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제1장 「소년이 보여준 반식민주의적 탈민족주의의 양상」 :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를 살펴본 글이다. 오족협화를 허울 좋은 명분으로 내세웠던 만주국이 붕괴된 이후 조선인이 맞닥뜨렸던 상황을 고찰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귀환서사로서 「소년은 자란다」가 보여주는 독특한 ‘반식민주의적 탈민족주의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 귀환서사인 후지와라 데이의 『흐르는 별은 살아 있다』와의 비교를 통해 「소년은 자란다」가 내포한 사상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제2장 「20세기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이었나?」 : 아직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한흑구 소설에 나타난 미국 표상을 통시적으로 살펴보았다. 한흑구는 오랜 기간 미국에 유학하며 많은 작품을 창작하였고, 귀국한 이후에도 평생 동안 미국이나 미국문학에 대한 수많은 글을 남겼다. 이러한 독특함을 갖는 한흑구 문학은 한국 사회가 미국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제3장 「재일조선인의 삶과 손창섭이라는 문제적 개인」 : 손창섭이 도일한 후에 발표한 『유맹』을 살펴본 연구이다. 손창섭의 『유맹』은 당대 재일조선인의 삶에 대한 풍부한 기록인 동시에, 작가 경력의 절정기에 갑자기 일본으로 떠나버린 문제적 인물 손창섭의 독특한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작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제4장 「한국 비평의 두 가지 내면풍경」 : 전후 한국비평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문학자이자 평론가인 이어령과 김윤식이 일본을 받아들이고 사유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명의 비평가는 유년 시절 일본어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후 일본에 대응하는 방식은 매우 이질적이다. 그러한 이질성이 일본을 대하는 한국 비평의 대표적인 내면풍경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타진해 본 글이다.


제4부_ ‘민족과 여성’

민족주의의 맥락에서 여성이 표상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제1장 「민족주의와 여성 표상」 : 한국문학에서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원로작가 조정래의 작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살펴본 글이다. 조정래 소설이 보여주는 가능성과 한계는 민족주의 문학 일반으로까지 확장해 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제2장 「이민진의 『파친코』에 대한 젠더지리학적 고찰」 : 최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민진의 『파친코』를 젠더적 관점에서 살펴본 글이다. 『파친코』의 선자는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일본의 오사카와 요코하마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여정은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조정래의 작품들과는 매우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록

평론에 해당하는 글들을 묶었다. 저자는 2006년 문단의 말석에 이름을 올린 후부터, 21세기 한국문학에 나타난 민족주의적 상상력에 대하여 적지 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여기에 수록한 두 편의 글은 그러한 관심의 표현으로서, 현재의 문학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20세기 한국문학을 비추어보는 하나의 거울로서 기능할 수도 있으리라 판단된다.

제1장 「21세기 역사소설이 넘어선 것과 넘어서진 못한 것」 : 민족주의의 주요한 매체로 기능하는 역사소설이 민족(주의)와 관계 맺는 21세기적 양상에 대해 살펴본 평론이다. 민족이라는 경계 위에서 곡예와도 같은 지적 모험을 벌이는 21세기 역사소설의 지난한 행로를 추적해보았다.

제2장 「윤동주라는 숭고한 대상」 : 한국의 대표적 민족시인인 윤동주를 그린 구효서의 『동주』를 비평한 글이다. 『동주』에서 윤동주는 민족저항시인이라는 차원을 넘어 인류사적 보편 과제를 수행한 인물로 형상화된다. 동시에 이 작품은 윤동주를 통해 보편성의 자리에 서는 것의 당위와 어려움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기도 하다. 

이경재 李京在, Lee Kyung Jae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 『문학수첩』, 『아시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 역임. 현재 『문학인』 편집위원. 지은 책으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설야와 이데올로기의 서사학』,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한국 프로문학 연구』, 『현장에서 바라본 문학의 의미』, 『여시아독』, 『문학과 애도』, 『재현의 현재』, 『한국 현대문학의 개인과 공동체』, 『촛불과 등대 사이에서 쓰다』, 『명작의 공간을 걷다』, 『이질적인 선율들이 넘치는 세계』, 『비평의 아포리아』, 『한국 베트남 미국의 베트남전소설 비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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