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행선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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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3.5 | ||
ISBN | 9791159053870 | ||
쪽수 | 532 | ||
판형 | 신국판 반양장 | ||
가격 | 31,000원 |
노동자와 지식인의 간극
식민지 조선에서 지식인은 늘 노동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 왔다. 각지에서 일어난 계몽운동과 이를 선동하는 연설이나 소설에 이르기까지, 당시 신문은 식민지 조선을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변혁과 연대를 외치며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는 지식인의 실천과 자의식, 위선은 무엇인가. 지식인의 ‘통치’는 국가의 치안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이 일제강점기 문학이라는 말 대신 식민지 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기 두 계층의 모습을 포착하려 하기 때문이다.
관동대지진이 문학에 기록하고 있는 것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관동대지진(관동대진재)와 관련된 문학과 문학가들을 살펴본다. 제1부의 주된 분석 대상은 관동대지진의 충격이 만든 문학, 그 중에서 정우홍의 「진재 전후」이다. 정우홍의 「진재 전후」는 ‘필자의 발굴을 통해 드러난 작품’으로, 이는 관동대지진을 다룬 유일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정우홍이 그리고 있는 관동대지진 전후의 상황, 그리고 이어지는 「그와 감방」은 일본의 재일조선인 차별을 그리고 있다.
일본이 사상범(사회주의자)을 감옥에 집어넣는 일은 독립운동가들의 탄압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나아가 이 책은 일본인의 관동대지진 관련 문학이 지진에 대한 인간의 대처 양상을 그리며, 일본 정부의 대처에 일침을 가하는 반면, 「진재 전후」가 그리는 지진 전후의 사건들은 입이 묶인 조선인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있다.
모더니즘, 불교, 친일
제2~4부와 보론 역시 식민지 지식인의 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김기림, 최명익, 허준, 한용운, 김동리, 이광수, 한설야 등의 문학가가 그린 문학들은 이외에도 근대적 ‘지식’과 결부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제2부에서는 모더니스트들의 문학을 살펴본다. 서구적인 근대를 염원했던 모더니스트들에게 식민지 문학은 서구의 모더니즘-근대와 일제의 제국주의-근대를 사유하는 장으로 기능했다.
제3부에서는 승려인 한용운, 김동리, 이광수에게 불교라는 지식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핀다. 불교라는 지식이 이들 지식인에게 미친 자의식은 식민지인들에게 어떠한 기능을 했는지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4부에서는 유진오와 한설야, 이광수의 작품과 기타 베스트셀러 등을 통해 식민지 말기 전쟁과 전향, 위안의 시대를 살펴본다. 이들이 바라보는 식민지란 무엇이었는가. 이들이 떠안은 고민과 과제의 실체를 찾아간다.
머리말
제1부_ 1930년대 초 사회주의자의 현실과 관동대진재(1923)
제1장_ 북풍회원(北風會員) 정우홍과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
-정우홍의 「진재전후(震災前後)」(1931.5.6~8.27)
1. 사회주의운동가의 문단 등단과 서사화되는 지진의 경험
2. 지진 이전, 처참한 노동현장과 노동투쟁
3. 관동대진재의 발발과 수감되는 조선인
4. 1923년의『동아일보』, 그리고 8년이 지난 1931년
5. 나가며-피해자 대 차별
제2장_ 식민지 조선의 형무소와 사회주의자의 감옥
-정우홍, 하야마 요시키(葉山嘉樹),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
1. 1920년대 후반 사상범의 증가와 정우홍
2. 체제의 잔혹성과 강고함의 표징, 형무소-정우홍의 「그와 감방(監房)」(1929.10.22~11.16)
3. 관동대진재와 학살, 재난
4. 나가며-별장 대 감옥
제2부_ 모더니스트의 공간 인식과 현실
제1장_ 1930년대 초중반 김기림의 공간과 전체
-시론의 형성프로문학과 모더니즘의 관계를 중심으로
1. 모더니스트 김기림의 산문적 글쓰기와 근대 인식
2. 식민권력과 자본의 침투, 공간의 차별화-소설
3. 공간적 실험의 전사에서 전체시론으로의 이행-희곡
4. 나가며-김기림과 식민지 조선의 근대성
제2장_ 책을 ‘학살’하는 사회
-최명익의 「비 오는 길」(1936.4~5)
1. ‘路傍의 人’과 주이상스
2. 평양이라는 공간의 양가성
3. 신경증의 분출과 사회의 감시
4. 모방 욕망과 책의 죽음, 내면화된 학살
5. 학살에 대한 저항과 선택된 책의 의미
제3장_ 식민지기 허준 문학의 ‘추리소설적 성격’
-「탁류」(1936.2), 「야한기」(1938.9.3~11.11)
1. 들어가며-허준의 창작 기법
2. ‘침묵-소문’의 추리적 서사와 진실
3. 침묵을 조성하는 사회, ‘관리․유지-천민자본주의’와‘소문-가부장적 이데올로기’
4. 나가며
제3부_ 불교, 자아
1930년대 중후반 불교는 문인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이용되었다. 지식인이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역사적 전망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 전망을 국가와 사회의 발전 가능성과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을 때, 이것은 불교의 인과응보론과 연결된다. 이광수와 김동리는 인과응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광수는 ‘필연’, 김동리는 ‘우연’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한다. ‘필연’과 ‘우연’은 구원자와 그 타자(구원의 대상) 간의 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필연적인 발전관은 민중에서 지식인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필연’을 동반한다. 따라서 이광수 문학에서는 절대적 위치의 지식인과 어리석은 민중이라는 구도가 전형적인 소설 문법이다. ‘우연’을 강조한 김동리는 지식인과 민중 간의 거리가 좁혀지며 다양한 층위의 인물을 형상화한다. 앞에서 언급한 자기애와 위선의 복잡다단한 양상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행선_ (李烆宣, Lee, Haeng-seon)_
전남대학교 졸업(경제학, 국문학),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국어교육), 성균관대학교 국문학 석사, 국민대학교 국문학 박사. 동국대학교 서사문화연구소에서 박사후국내연수와 연구원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해방기 문학과 주권인민의 정치성』,『식민지 문학 읽기-일본 15년 전쟁기』가 있다. 최근에는 비교문학, 번역문학, 냉전문화, 독서사, 지식문화, 구술, 재난 등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