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호철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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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11-05 | ||
ISBN | 979-11-5905-995-7 (03810) | ||
쪽수 | 325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19,000원 |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의 걸음걸이를 살피다
이호철은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반세기 넘게 문단 안팎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 온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분단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등단작에서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중요하게 다뤄 온 이호철의 문학적 위치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자신이 서 있던 ‘지금, 여기’의 시공간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천착해 온 작가의 넓은 문학세계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선집에서는 이호철의 등단작인 「탈향」을 비롯해 작가의 문학 세계를 압축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단편 14편을 묶어 선보이고자 했다. -「‘탈향’ 이후의 ‘정향’」 중에서
이호철 문학 읽기의 시작_ ‘탈향’ 이후의 정향
1부_ 닳아지는 살들
「탈향」
「나상」
「탈각」
「판문점」
「닳아지는 살들」
「무너앉는 소리」
「큰 산」
「이단자(4)」
2부_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부시장 부임지로 안 가다」
「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탈사육자 회의」
3부_ 밀려나는 사람들
「먼지속 서정」
「여벌집」
「밀려나는 사람들」
이호철이 걸어온 길, 떠나간 길_ 고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초출 및 개작일람
‘꽝당꽝당.’
그 쇠붙이의 쇠망치에 부딪히는 소리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밤내 이어질 셈이었다.
자세히 그 소리만 듣고 있으려니까
바깥의 서늘대는 늙은 나무들도
초여름 밤의 바람에 불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소리의 여운에 울려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이 방안의 벽 틈서리를 쪼개고도 있는 것이었다.
형광등 바로 위의 천정에 비수가 잠겨 있을 것이었다.
초록빛 벽 틈서리에서 어미는 편안하시다,
돌아가서 편안하시다,
형편없이 되어가는 집안꼴을 감당하지 않아서 편안하시다,
꽝당꽝당 저 소리는 기어이 이 집을 주저앉게 하고야 말 것이다,
집지기 구렁이도 눈을 뜨고 슬금슬금 나타날 때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향연이다 마지막 향연이다,
유감이 없이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모두 유감이 없이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닳아지는 살들」 중에서
이호철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문제를 다뤄온 대표적 분단 작가이자 탈북 작가. 1955년 단편소설 「탈향」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판문점」으로 현대문학상을, 「닳아지는 살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남녘 사람 북녘 사람』 『소시민』 『남풍 북풍』 『서울은 만원이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공역),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등이 있다.
편자
고봉준 高奉準, Ko Bong-jun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충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995년 같은 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해방기 전위시의 양식 선택과 세계 인식」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5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미적 근대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6년 제12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2015년 제16회 젊은평론가상을, 2017년 제21회 시와시학상 평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모더니티의 이면』, 『유령들』, 『비인칭적인 것』, 『근대시의 이념들』, 『문학 이후의 문학』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지윤 金智允, Kim Ji-yoon
2011년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2016)·박사(2022) 학위를 받았다.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에서 대우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1980년대 동아시아 고대사 논쟁과 최인호의 역사소설-『잃어버린 왕국』과 몇 개의 ‘이본(異本)’들」, 「해방 이후 한국문학과 관동대진재의 기억」, 「유미리의 언어 의식과 ‘다공성’의 글쓰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