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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라는 고유명
식민지 조선 프롤레타리아 소설의 역사 인식과 주체
저자 최은혜 역자/편자
발행일 2026-03-20
ISBN 979-11-7549-045-1 (93810)
쪽수 425
판형 152*223, 각양장
가격 3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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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사상과 프롤레타리아적 실천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은 세계 각 지역의 상황 속에서 ‘번역’되고 로컬화되며 구체적인 실천을 추동해 왔다.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베트남혁명, 쿠바혁명 등 이미 잘 알려진 사례뿐 아니라 트리컨티넨탈 지역에서 인종이나 민족 해방 문제 등과 결합한 마르크스주의의 흐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렇다면 식민지 조선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사회주의의 세계사에 제대로 기입조차 되지 않은 조선의 사례를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이 책은 1920~1930년대 조선의 사상과 문학에서 이루어진 사회주의의 자기화 과정을 탐색해하고자 했다. 이는 유럽의 주변부이자 일본의 식민지라는 조건 속에서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당대 문학가들의 (무)의식적이며 정신적인 고투를 읽어내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사상은 민족과 계급을 비롯한 여타의 모순이 교차하는 조건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사유를 담고 있었다. 유럽의 역사적 경험에 기반을 둔 계급 모순 중심의 정통 마르크스주의와는 다른 복잡한 사유의 패턴을 담지했던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의 중요한 두 축인 ‘역사적 유물론’과 ‘계급 주체’의 문제는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자에게도 핵심적인 논점으로 자리했지만, 이러한 논점의 수용은 정통 마르크스주의로 수렴되지 않는 고유한 양상을 띠었다. 충분히 생산력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에서 역사의 이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체의 마음 작용이 보다 강조되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혁명이 중요한 참조점이 되거나 비약의 충동이 서사에 강하게 투영되기도 했다. 또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공장노동자라는 외연을 확장해 억압받는 자들을 지칭했는데, 때로는 식민지 민중이 그 자체로 프롤레타리아가 되는가 하면 농민과 농업 프롤레타리아, 룸펜 프롤레타리아, 기생이나 여급, 안잠자기나 유모와 같은 재생산노동자 등이 프롤레타리아의 범주 안에 포함되었다. 이 책에서 살핀 문제들은 사회주의 사상이 식민지 조선의 프롤레타리아소설에서 수용되고 실천되는 양상의 고유성과 관련된다. 

저자의 말

 

들어가며_프롤레타리아문학의 조선적 판본 

1. 프로문학 연구의 역사와 쟁점

2. 주변부·식민지라는 조건과 사회주의 수용 

3. 프로문학의 재규정과 정전의 탈구축 


제1부 예비적 논의-식민지에 도착한 사회주의 사상 

1.동시대로 가는 통로, 러시아혁명이라는 참조

 민족자결의 분기, 윌슨에서 레닌으로 

 후진의 역전 가능성이라는 기대 

 

2. 유물론적 역사 인식에서의 유심론적인 것 

 비약을 통한 역사의 이행이라는 사유

 주변부 유물론의 조건, 정신과 감정 

 

3. 주변부에서의 계급 인식과 주체 모색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감각의 혁명 

 다층적으로 억압 받는 얼굴들의 발견 

 

[보론] 식민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철학과 인간학-신남철과 박치우의 경우

 역사철학의 정초, 위기 인식과 실존주의 비판

 신명의 유물론, 그 기반으로서의 파토스와 예지


제2부 프로문학의 파토스-역사주의와 유토피아적 충동 

1.신경향파소설의 폭력과 정치적 무의식

 가난이라는 기원, 꿈과 환상이라는 출구

 파국의 상상력에 내재한 유토피아적 시간성

 

2. ‘운동가 코스모폴리탄소설’의 이국과 낭만성

 현실 초월과 혁명적 비약의 시공간 

 정치적 이니시에이션으로서의 사랑과 우정 

 

3. 진보적 주체와 반역사적 농촌 공동체-『고향』과 『상록수』 겹쳐 읽기

 귀향한 사회주의자의 내면과 실천 

 운동의 아포리아와 대안적 시공간으로서의 농촌

 

[보론] 한설야 소설의 ‘공공노동’ 재현과 그 정치적 의미

 1930년대 초중반 수리조합 사업 비판 

 1930년대 중후반 심전개발 논리 비판


제3부 프로문학의 에토스-주체의 다중심성과 교차성 

1. 농민·농업 프롤레타리아의 수행성

 분노를 통한 이행과 정동 공동체 

 프롤레타리아 아날로지로서의 농민 

 

2. 도시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발견, 서사화와 주체화

 유령적 존재로서의 빈민, 그 서사화의 함의

 실직자·룸펜 지식인의 기생성 비판과 주체화 

 

3. 노동자로서의 여성, 여성이라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모순과 젠더 모순의 중층성

 다층적 조건이 새겨진 신체, 여공-되기

 

[보론] 프로문학의 장애·질병 재현과 계급 

 억압과 착취가 새겨진 몸의 현전

 산재, 존재와 연대의 가능성


나가며_‘식민지 사회주의’의 문학사를 위하여 

 

 

참고문헌

1920년대 초중반은 유물론을 비롯한 사회주의 이론의 여러 개념들이 유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시기다. 사회주의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이 시기에는 유물론에 대한 설명이 정련된 논리를 갖추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렇기에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들의 정신적 고투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동일 매체에 실리는 필자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폭넓었으며 그만큼 사상을 자기화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여러 흔적들이 병존할 수 있었다. 그 속에는 전근대와 근대, 식민지와 문명 사이에 놓인 식민지민의 인간과 세계와 역사에 대한 고민이 보다 날 것으로 녹아 있었다. (85쪽)

 

그런 의미에서 로사가 조선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나는 조명희의 「낙동강」으로부터 우선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로사가 밟으려는 길은 “남북만주, 노령, 북경, 상해 등지”를 돌아다니던 박성운이 밟았던 길이다. 로사가 떠나기 전, 박성운의 친구 또한 그 길을 밟기 위해 떠났다. 소작조합이 해산 명령을 받고 야학이 금지됐으며 “동척과 관청의 횡포, 압박이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열성이 있으나, 아무리 참을성이 있으나, 이 땅에서는 어찌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조선에 남아 운동을 하던 박성운이 얻은 것은 갖은 고초와 병, 그리고 죽음이다. (201쪽)

 

1933년 카프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별나라사에서 발간된 『농민소설집』은 그러한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기영의 「홍수」와 「부역」, 송영의 「군중정류」와 「오전 9시」, 권환의 「목화와 콩」이 실린 이 소설집은 당시 사회주의 문인들이 어떻게 농촌 문제에 접근하고 농민을 의미화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이기영의 「홍수」는 건성이라는 청년에 의해 농민들이 점차 의식화되고 홍수로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농민조합을 설립하여 공동 투쟁 하는 내용의, 「부역」은 작인들에게 무급으로 부역을 시키는 지주 김참봉에 대응하기 위해 농민들이 농민조합을 만드는 내용의 소설이다. (306쪽)

최은혜 崔銀惠, Eunhye Choi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식민지기 사상과 문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왔고 앞으로는 식민지 조선에서 사회주의가 어떻게 젠더적으로 전유되었는지, 더 나아가서는 사회주의가 한국의 근현대 각각의 시기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피고자 한다. 『혁명을 쓰다-사회주의 문화정치의 기록과 유산들』(2018), 『계급과 문학, 카프의 시대』(2024) 등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요시다 유타카의 『갖지 못한 자들의 문학사-제국과 군중의 근대』(2024)를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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