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연희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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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8.31 | ||
ISBN | 9791159055416 | ||
쪽수 | 458 | ||
판형 | 신국판 양장 | ||
가격 | 33,000원 |
한국연구원 동아시아 심포지아 7권. 세계 전후 사회에 진입하는 해방기 이후 대한민국 지식인의 국제적인 시각과 민족주의의 인식을 제3세계 개념의 편차를 통해 상론하였다. 냉전기 한국 지식사에서 세계질서의 급변을 자기화하거나 때론 타자화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제3세계의 용례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제국주의 이후 전개된 민족문학 담론을 '제3세계'를 매개로 하여 정리했다.
책머리에
프롤로그_한국문학과 제3세계의 개념과 인식
제1부_탈식민의 상상 이후 자유아시아와 제3세계
제1장_해방기 중간자 문학의 이념과 표상
제2장_전후, 실존, 시민 표상-청년 모더니스트 박인환의 경우
제3장_해방기 미국문화 붐, 아메리카니즘 비판론의 지점
제4장_1950년대 한국 펜클럽과 아시아재단의 문화원조
제5장_제29차 도쿄 국제펜대회의 냉전문화사적 의미와 지평
제2부_분단, 민중, 세계문학과 제3세계적 자기 인식
제6장_1970년대 통일 담론과 민족문학론
제7장_<창작과비평>과 민중시 담론
제8장_<세계의문학>과 제3세계적 세계문학론
제3부_제3세계문학의 수용과 전유
제9장_<청맥>과 제3세계적 민족문학론
제10장_<창작과비평>의 미국 흑인문학론과 민중문학론
제11장_김지하 붐과 김현, 문지, 최승자
참고문헌
간행사
전후 대한민국, ‘제3세계’라는 인식
이 책은 세계 전후(前後) 사회에 진입하는 해방기 이후 대한민국 지식인의 국제적인 시각과 민족주의의 인식을 제3세계 개념의 편차를 통해 상론하였다. 냉전기 한국 지식사에서 세계질서의 급변을 자기화하거나 때론 타자화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제3세계의 용례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제국주의 이후 전개된 민족문학 담론을 ‘제3세계’를 매개로 하여 정리했다.
지정학적으로 ‘제3세계 한국’의 출현은 1943년부터 시작된 루스벨르의 신탁통치정책과 국제주의, 1947년 트루먼의 대소봉쇄와 국가주의 등 전후의 미국 대외정책에 입각하여 이해될 여지가 있다. 해방기에 급증했던 세계평화론과 약소민족 담론은 이 시기 미소 양극체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제1부 「탈식민의 상상 이후 자유아시아와 제3세계」는 해방기, 1950년대 냉전문화에 집중해 개별 문학자, 문학단체의 전후 인식이 제3세계적 범주 속에서 구축 또는 전이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제2부, 제3부에서는 민족-세계의 관계 속에서 등장한 문학 담론에 주목한다. 1970년대 말 문학자들은 제3세계문학론을 통해 탈서구적인 역사 인식과 세계사의 인간적 발전을 민족문학의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지면이 제3부 「제3세계문학의 수용과 전유」이다.
제3세계에 대한 이 책의 관점은 민족문학의 전망을 냉전체제라는 단절된 사상과 감정 속에 편입시켜 후진성을 내면화한 해방후 문인들에 주목하는 데 있다. 해방을 세계사적 전환기로, 한국전쟁을 세계대전으로 거침없이 명명하던 논자들은 세계/한국의 전후 담론 속에서 승전국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새로운 세계성에 의해 가시화된 후진성을 자신의 한계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정치의 급변을 분석할 때나 외국문학자와 직접 교류하고 서구문화를 번역, 수용할 때도 이들은 민족의 보편성을 심도 있게 재성찰하기 이전에 식민지, 아시아, 분단 등을 범주로 후진성 담론을 재생산했다. 제3세계론은 냉전의 정치적 산물 및 대타의식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의 전방위적으로 후진성을 자각하고 위기의식에 대응해나가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다.
비동맹적 중립의 탈식민적 이념과 이상을 제3세계의 개념으로 이해해보면 비평과 문학에 등장하는 제3세계란 미국 주도의 냉전문화에 반응하는 다양한 수사적 형식처럼 읽혀진다. 자유, 민족, 세계, 민중, 평화 등의 탈식민적 가치가 냉전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바탕으로 재조정되는 것이다. 바꿔 말해 탈서구, 탈식민, 탈냉전의 문제의식이 민족문학론으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광의의 제3세계의 개념은 지속적으로 참조되었다. 더욱이 박인환, 김수영, 백낙청, 김지하, 최원식 등처럼 제3계적 시각이 아메리카니즘으로 소비되거나 자유주의, 민족주의, 민중주의, 근본주의, 동아시아의 이념으로 해명되는 사례에 주목해볼 때 한국 지성사에서 제3세계론은 간과하기 어렵다.
새로운 세계사의 전망이 요청될 시기에 등장한 제3세계라는 용어가 이제 시효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념의 정치적, 진보적 의의는 여전히 기억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냉전기 한국 지식사에서 세계성, 후진성 인식의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제3세계는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고, 적어도 한국문학에서는 기념비적인 학술용어였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제3세계론은 정부가 제5차 비동맹 정상회의(1978)에 참가한 이후에 뒤늦게 급부상한다. 1950년대에도 제3세계 지역에 관한 논의가 없지 않았지만 지식 장場에서 본격적으로 쟁점화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1970년대에 제3세계문학론을 제기했던 백낙청은 제3세계의 자료와 정보가 “아직껏 국문으로” 번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의 한탄처럼 동시대 제3세계발發 정보를 감별할 만한 지적 토양이 없었던 것이다.
제3세계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를 통칭하는 지역적 범주이자,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극복을 위한 신생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의제가 내포된 개념이다. 즉, 전후 체제에 반발하거나 반제국주의, 반인종주의 등의 제3세계적 의제를 통해 개최된 반둥 아시아-아프리카회의(1955), 제1차 비동맹 정상회의(1961), 알제리 제1차 77그룹 각료회의(1967) 등 신생국의 정치적 환경을 의미한다. 제3세계라는 이념과 표상을 통해 국제정세의 지식과 정보가 유통되고 탈식민 국가들의 경제적, 문화적 이상이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전지구적으로 비동맹운동이 고조된 1950∼1960년대에 제3세계 개념을 무엇보다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수용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제3세계 연구는 1970∼1980년대 탈냉전의 징후 속에서 산출된 민족론, 민중론의 의의를 해명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이 책은 한국의 제3세계론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1970∼1980년대 제3세계론에 국한되지 않고 해방기부터 나타난 제3세계적 전후戰後 인식이라는 맥락에서 탈식민화 과정을 재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