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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소설을 독하다
저자 간호윤 역자/편자
발행일 2024-04-20
ISBN 979-11-5905-863-9 (03810)
쪽수 379
판형 152 mm * 223 mm 무선
가격 3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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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작품이 일체가 되다

『연암소설을 독하다』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유학의 본질을 연구했던 연암의 삶, 그리고 12편의 소설을 좇은 책이다. 연암은 조선 최고 문장가이다. 전략적인 글쓰기와 재주가 뛰어나지만, 한계성을 지닌 유자(儒者)로서 제 스스로 몸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다. 억지밖에 없는 세상에 칼 같은 비유를 든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삶을 정갈하게 꾸린다. 그는 조국 조선을 사랑하여, 소설을 몸으로 삼아 갈피갈피 낮은 백성들의 삶을 그려냈다. 그의 삶과 작품은 따로가 아니었다.

 

바른 삶을 독(讀)하다

이 책은 「개를 키우지 마라」를 화두로 잡고 연암소설 12편을 각각 독(讀)한다. ‘독(讀)’이란, 연암소설을 읽되 저자의 전공인 고소설 비평어를 넣어 말 그대로 ‘시론적(試論的)’으로 살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고소설 비평에 대한 인식이 없기에 군데군데 용어에 대한 설명을 두었다. 연암소설은 18살 즈음의 「마장전」에서부터 50대의 「열녀함양박씨전 병서」까지, 그 처음과 끝이 따로 없이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동선(動線)을 이루고 있다. 12편의 작품이 다룬 주제는 다르지만 ‘양반들에게서 부조리를 찾고 낮은 백성들의 절박한 삶에 시선을 두고서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내면적 통일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연암소설은 낮은 백성과 높은 양반, 선과 악, 계층적 질서를 뒤집는 인간상, 정의와 위선, 속악한 관습 등의 부조리한 삶의 세계를 드러낸다. 또한 거간꾼, 분뇨수거인, 걸인, 역관, 과부 등의 개성적이고 새로운 인간상을 등장시켜 ‘조선의 바람직한 대안적 인간형’을 모색하여 부조리한 세계를 명징하고 예리하게 짚어내었다. 대표적으로 「민옹전」·「김신선전」에서는 비록 삶의 외곽에 살지라도 세속을 초월할 수 없다는 은유가 분명히 깔려 있고 「호질」·「허생전」은 필묵을 가장 두두룩하게 놓고 간 작품들로 지배층의 도덕불감증과 부끄러운 경제와 국방이라는 치부를 노출시켜 조선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생을 희망하는 지렛대, 연암소설 

연암소설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에 화두로 놓이는 이유는, 양반에서 낮은 백성까지 공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놓고 만인이 공유할 수 있는 화창한 질서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지렛대’가 그 소설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개를 키우지 마라」와 같은 정을 삶의 곁에 놓아둘 줄 안다면, 연암이 꿈꾸었던 ‘화창한 질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

 

제1부

1. 개를 기르지 마라

2.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3. 나는 기억력이 아주 나쁘다

4. 책을 펴놓고 공부할 방이 없었다

5. 첫 벼슬은 건축공사감역이셨다

6. 새벽달은 누이의 눈썹과 같구나

7. 연암이 소설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8. 세상 돌아가는 꼴이 미워 소설 9편을 지으셨다

9. 연암소설은 참여소설이다

10. 고소설과 고소설 비평이란 무엇인가

 

제2부

마장전(馬駔傳)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민옹전(閔翁傳)

양반전(兩班傳)

김신선전(金神仙傳)

광문자전(廣文者傳)

우상전(虞裳傳)

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

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

 

제3부

호질(虎叱)

허생(許生)

열녀함양박씨전 병서(烈女咸陽朴氏傳竝書)

 

제(題) “연암소설” 12편후(後)


간호윤 簡鎬允, Kan, Ho-Yun
현 인하대학교 초빙교수, 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간호윤은 1961년 경기 화성, 물이 많아 이름한 ‘흥천(興泉)’생으로, 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학과)을 거쳐 인하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두메산골 예닐곱 때 명심보감을 끼고 논둑을 걸어 큰할아버지께 한문을 배웠다. 12살에 서울로 올라왔을 때 꿈은 국어선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거쳐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고전을 가르치고 배우며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평생 갈 길로 삼는다.
저서들은 특히 고전의 현대화에 잇대고 있다. 『한국 고소설비평 연구』(2002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이후, 『기인기사』(2008),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2010),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2012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2014세종학술도서), 『연암 박지원 소설집』(2016), 그리고 『아! 나는 조선인이다-18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2017), 『욕망의 발견』(2018), 『연암 평전』(2019), 『아! 조선을 독(讀)하다-19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2020)에서 『조선 읍호가 연구』(2021),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2022), 『조선소설 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2022), 『기인기사록』(상)(2023), 『코끼리 코를 찾아서』(2023) 등 50여 권과 이 책까지 모두 직간접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현대 글쓰기와 합주를 꾀한 글들이다.
‘연구실이나 논문집에만 갇혀 있는 고전(古典)은 고리삭은 고전(苦典)일 뿐이다. 연구실에 박제된 고전문학은 마땅히 소통의 장으로 나와 현대 독자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연암 선생이 그렇게 싫어한 사이비 향원(鄕愿)은 아니 되겠다는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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